나기황 시인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세상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도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전설 따라 삼천리’가 되고 만다.

암호 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그렇다. 20대 대학생이 자살할 만큼 사회문제가 된 비트코인의 정체가 아직도 확실치가 않다.

“비트코인을 아세요.” 하면 언제 적 비트코인인데 하는 표정으로 대답은 금방 ‘예스’인데 “비트코인이 뭔데요” 하고 다시 물으면 대답은 ‘몰라요’다. 결국 잘 모르거나 아예 관심 밖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적어도 주위로부터 비트코인에 대해 아하, 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마치 오래 된 전설처럼 이야기꾼의 각색에 따라 이러쿵저러쿵 줄거리만 전해지고 있다.

“아, 비트코인, 그거 사이버 머니로 하는 도박 같은 거야.” 하고 아예 무시하는 측도 있고 “일종의 투자지, 가상(암호)화폐를 주식투자처럼 거래소에 사고팔고 하는 거지, 단지 24시간 사이버 상에서 거래가 이뤄지니 가격변동 폭이 클 뿐이지.”하고 변호하는 측도 있다.

“가상화폐? 결국 가짜라는 거 아냐” “아니, 그게 아니고 ‘네이버캐시’나 ‘카카오초코’처럼 실체는 없지만 비트코인으로 물건도 사기도 하고 거래소에서 환전해서 진짜 돈으로 바꿀 수도 있다니까.” “누가 그러는데 금융다단계라고 하던데.” “몰라, 젊은 애들은 거래소폐쇄니 실명제니 잘못된 정부규제가 더 큰 혼란만 주고 있다고 불만이니. “

 

대개는 이처럼 ‘아무 말’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알려진 것처럼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란 익명의 개발자가 블록체인이란 분산 데이터베이스의 하나인 P2P(Peer to Peer)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비트코인(Bitcoin)’을 공개했다.

말하자면 2100만개 한정의 비트코인을 만들어 놓고 ‘공개암호 키’를 제공했는데 전 세계 누구나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를 풀면 그 보상으로 일정 ‘비트코인’을 갖게 되는 시스템이다.

금광에서 금을 캐듯 현재까지 170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채굴(암호해독)되어 거래중이고, 거래소에서 사고 팔수도 있고, 일부 오프라인에서 실제 화폐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대충 개념은 알겠는데, 글쎄, 무슨 말인지 도통. 그게 정답이다.

컴퓨터 세대가 아니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아리송하긴 마찬가지다.

1비트코인이 25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700만 원 선에서 가격형성이 되고 있다니 ‘도깨비놀음’이란 우려도 맞는 얘기고, 지난 해 시작해서 실제 큰돈을 벌었다는 젊은이들의 경험담도 새겨들을 만하다.

잘 알아보고 거래하라는 원론적인 주의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시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21세기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다’라고 규정하고, 조목조목 그 위험성과 허구성을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규제 움직임도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1월30일부터 가상화폐거래계좌에 대한 거래실명제와 지정은행제가 시행됐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종류만도 1500종이나 되고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도 활발히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등장했고, 세계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다.

오래지 않은 미래에 지금과 같은 ‘비트코인’시대 역시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마법의 화폐’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다.

“자세히 보아야 알 것 같다 / 오래 보아야 알 듯 하다/ 너도 그렇다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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