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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잃어버린 도시의 정통성<백기영>
동양칼럼-잃어버린 도시의 정통성<백기영>
  • 백기영
  • 승인 2018.02.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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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영<논설위원/유원대 교수>
▲ 백기영<논설위원/유원대 교수>

오늘날 대도시에서는 과거의 건축물을 지워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시중심지의 좁고 황폐한 골목길이 없어지고, 낡은 주택들은 값비싼 아파트와 새로운 마천루로 대체되었다. 버려진 부둣가와 선창의 창고들은 현대적 미술관으로 바뀌었고, 오랜 구역의 허름한 술집은 새로운 카페와 브랜드 체인점으로 바뀌었다.
세계적 도시의 도시재생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를 미국인 사회학자인 샤론 주킨은 자본과 국가권력, 미디어와 소비자 취향의 문화권력에 기반하면서, 도시의 정통성과 재개발사이의 갈등이라고 비평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도시 정통성을 생각해 본다.
주간지 타임은 2007년도 벌어진 가장 중요한 열가지 아이디어중 하나로 도시 정통성을 선정한 바 있다. 우리가 전통적이며 기원적인 삶의 체험을 창조할 수 있다면 도시는 정통성이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된 도시의 동네들은 역사적이며 기원적인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더 크고 넓은 집과 더 좋은 학교를 위해 교외로 이주한다.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지구로 확장된 고속도로를 따라 퍼져 나갔다.
도시들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성장전략을 만들어냈다.  도시를 재건하면서 투자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자 도시는 스스로 교외만큼이나 매력적이고자 했다. 도심의 쇼핑센터 개발업자들은 버려진 산업부지와 수변 부지를 교외의 쇼핑몰과 경쟁할 만한 수익성 있는 명소들로 탈바꿈 시켰다. 금융회사와 부동산 산업이 도시에서 지역경제를 재형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상업적인 성공과 대도시의 명성을 회복시켰다.
오늘날 도시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도시화 과정은 도시의 기원을 상실하는 과정이었다. 도시의 기원은 사람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도시에 대한 도덕적 권리이다. 도시에서 정통성은 삶과 노동의 연속적인 과정,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일상적인 체험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을 이어가는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다.
도시재생의 힘찬 전진 속에서 도시 정통성을 지키려는 자기 방어도 나타났다. 역사보존주의자들은 도시의 기억을 형상화한 오래된 건물들의 철거를 안타까워하며 저항하였고,  공동체 보존주의자들은 도시 하층민들이 새로운 재생사업으로 인해 밀려나지 않은 권리를 옹호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반대하는 일군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젠트리파이어들은 예전 집들을 개조하면서 상징적인 가치를 부여하였다. 이들의 움직임은 때로 중요한 공공정책들에 변화를 일으켰고 도시 정통성을 부각시켰다. 이들에 의해 세계 각처의 많은 도시에서는 지역역사보존법이 통과되고, 오래된 건물과 구역의 철거를 감시하고 방지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고층의 공영주택단지는 고층건물과 공영주택단지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어하려는 계획으로 전환되기도 하면서 공영 주택단지들의 잠재력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젠트리파이어들이 영향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도시의 중요한 이미지생산자로 등장하면서, 일부는 흥미로운 도시의 생활모델을 만들기도 하고, 창조계급이라 불리는 지식인과 예술가로서 역사적 도시의 정통성을 남기고자 했다.
미국의 유명한 시회운동가이자 도시계획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텅 빈 공원을 둘러싼 고층건물들, 보행자보다 자동차를 위해 건설된 넓은 거리들, 대규모 개발을 선호하는 근대적인 도시계획 전략에 반대하면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주는 보도의 군중들, 새로운 작은 사업체들을 키워주는 낮은 임대료의 허름한 건물들, 주택에 붙어 있는 상점과 사무실의 혼합된 활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생활양식에 동조하는 상품과 공간들은 좀 더 흥미로운 생활방식을 가져오고 사회의 다양성과 문화적 공간을 만든다. 이 곳 들은 근대화의 갈등이 어떻게 도시의 오래된 동네들 주변에 즐거움을 창조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었다. 자본과 권위에 맞서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전개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도시의 활력을 가져오는 진정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소는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도시의 정통성은 도시를 체험하는 절대적 기준을 제공하며, 동네와 골목들, 친숙한 공공장소는 창조의 약속과 소멸의 위협 속에서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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