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환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

조일환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

올해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아니라 ‘오한이온(五寒二溫)’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수안보에서 나고 자라 팔순을 넘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억척스럽고 날씨만큼이나 변화가 컸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름에 붙인 호(號)는 수안보온천을 의미하는 ‘온정자(溫井者)’다.
사실 직장생활을 할 때를 빼고는 수안보를 떠나 살 생각을 못했고, 지금 생각해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기억나는 일이 많다.
30대 젊은 시절 수안보면 시골학교인 수회초에 재직 할 때 축구부 감독을 맡아 1963년 1회 전국 초등학교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선수들에게 개구리를 잡아 영양식을 보충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승을 이끌어 개구리축구단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수안보온천 명소화를 위해 연구하고 힘쓴 기억은 아련하게 다가온다. 태고 적부터 자연 용출된 수안보온천은 약 알칼리 성질을 가진 온천으로, 수질이 뛰어나 70~80년대엔 신혼여행지로 영광을 독차지 했다. 지금도 주말이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수안보를 찾고 있다.
누가 뭐래도 수안보온천은 우리나라 온천문화의 1번지다.
시에서 온천수를 통합 관리하는 방식은 소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수안보온천의 모범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기한 결과 전국 최초로 온천법이 탄생하게 됐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의 온천도 다녀보고 10여년 연구 끝에 1986년 ‘수안보온천사’를 세상에 펴낸 것도 나름 보람이 크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온천연구서가 아닐까 싶다.
수안보면의 전 명칭인 상모면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 고사리면과 수회면을 합친 면(面) 명칭이다. 보편적으로 불리는 수안보와 어울리지 않아 면 명칭 변경 추진위원장을 맡아 고군분투해 주민 94%의 찬성을 이끌어 냈다.
2005년 4월 1일자로 지금의 ‘수안보면’으로 변경한 것도 추억거리다. 향토사에 관심을 갖고 두 차례에 걸쳐 수안보면지(誌)를 만든 것도 나름 보람이 크다.
첫 번째는 1994년 ‘상모면지’를 편찬했다.
충주지역 최초의 면지 편찬이고 집집마다 걸어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지만 편찬위원들과 힘을 모아 해낼 수 있었다.
두 번째 면지는 면 이름이 수안보로 바뀐 다음인 2011년 ‘수안보면지’를 편찬했다.
두 차례에 걸친 면지 편찬으로 향토자료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었다. 또한 향토사 연구를 하며 수안보 유래와 특징을 밝혀 온천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살리기 일에 몰두했다.
수안보 물탕공원에 향토성 짙은 온천비각과 동규절목비를 세운 것도 자랑스럽다.
이제 여생은 수안보온천의 고유한 유산을 찾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생수처럼 온천수도 제품으로 팔고 있다. 온천수가 좋은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온천수의 의료적 효능 연구와 식품 개발에 전념할 생각이다. 
수안보를 관광특구 만큼 거창한 건물을 세우기보다는 이야기가 있고 유래가 있는 수안보 전체를 자연스러운 노천박물관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강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친근감을 주듯 가급적 인공적인 개발보다는 자연스럽고 예스러움이 묻어나도록 조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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