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천연기념물·명승 당산제 등 지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올해 충청지역에 있는 천연기념물·명승 등 자연유산에서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민속행사가 다채롭게 치러진다. 한국은 예로부터 마을의 큰 나무나 숲 등의 자연물을 신성하게 여이고 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매년 마을과 주민들의 평안과 번영을 빌었다. 문화재청은 당산제, 풍어제, 용신제 등 마을 고유의 민속신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올해 충청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민속행사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충청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민속행사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대전

오는 8월 17일 대전 괴곡동에서는 목신제가 열린다. 목신제가 열리는 괴곡동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 545호다. 수령 7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괴곡동 느티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의 수호목으로 여겨졌다. 매년 칠월칠석이면 마을사람 모두가 나무 앞에 모여 목신제를 올릴 만큼 주민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충북

천연기념물 382호인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에서는 오는 3월 2일 서낭제가 펼쳐진다. 오가리 느티나무는 삼괴정(三槐亭)이라고도 불린다. 고사 한 곳도 있어 나무 형태는 양호하지 못하지만 마을에서는 이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긴다.

오는 10월 명승 61호인 속리산 법주사 일원에서는 천왕봉 산신제를 볼 수 있다. 천왕봉 산신제는 속리산의 산신(山神)을 모셔놓고 평안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행사다. 조선시대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속리산 인근 주민들이 매년 10월 범(寅)일을 택해 천왕봉의 산신을 모셔다가 동지(冬至)까지 45일간 머물게 한 뒤 돌려보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근래에 접어들면서 영신제가 없어지고 법주사 산신각의 위패를 옮겨다 놓고 제를 지내는 방식으로 산신제가 간소화됐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옛 풍습을 잇기 위해 원형에 가까운 산신제가 치러지고 있다.

●충남

1500여 년 간 충남 부여군 주암리 마을을 지켜온 주암리 은행나무에서는 오는 17일 행단제가 진행된다. 이 은행나무는 백제 성왕 16년(538년)에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당시 좌평 맹씨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까지도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무는 1980년에 들어서야 수차례 현지답사를 통해 수령이 15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 1982년 11월 8일 천연기념물 320호로 지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한 은행나무를 위해 정월 초이튿날 행단제를 올리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오는 18일 천연기념물 169호인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마을주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서면 마량리 당제를 올린다. 이 행사는 400년 전 마량진의 수군 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곳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하늘의 계시를 받고 제단을 만들어 지낸 것이 그 시초다. 첨사가 제단을 만들 당시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그 동백나무가 자라 지금의 숲을 이뤘다고 한다.

오는 3월 31일 충남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69호)에서는 풍어당제를 볼 있다. 외연도 풍어당제는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당제로, 어로활동을 매개로 성립된 서해안 당제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이 돋보이는 중요한 의례다. 가치를 인정받은 풍어당제는 지난해 충남도 무형문화재 54호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오는 5월 공주 고마나루에서는 수신제가,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에서는 대신제가, 당진 면천 은행나무에서는 목신제 등을 볼 수 있다. 민속행사는 행사 당일 현장을 방문하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라져가는 전통 민속행사의 명맥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자연 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체험·교육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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