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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교육개혁과 학습진도와의 관계<한희송>
풍향계-교육개혁과 학습진도와의 관계<한희송>
  • 한희송
  • 승인 2018.02.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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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송 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한희송 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교육체계의 형식적 측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습진도와 관계된 부분들이다. 지금의 교육부 학습진도시스템을 놓아두고 교육개혁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바로 지식의 축적과정이 갖는 실질적 성격이 현재의 진도체계와 그 궤(軌)를 같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목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느 지식과 정보가 자신을 드러낼 때 그 모습이 무엇이냐의 피상적 판단에 불과하다. 학문의 본질과 그 존재이유 그리고 그 효과는 그저 추상이므로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붙여놓은 이름들이 '학과목'이다. 이 정의가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서 각 과목의 독립성이 형식적 특징의 묘사에 불과한 것이라면 개별 과목의 목차를 이루는 각 장(章)들은 더욱 그 독립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왜 그럴까? 생산의 현대적 효율은 선대제(先貸制: puttin-out system)에서 그 유용성이 확보된 '분업'의 원리가 공장제수공업에서 적용되어 산업혁명의 전(前)단계를 완성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생산의 대량화가 생산기술자체의 발전보다 노동의 배치에 관한 효율성에서 확보된다는 사실은 노동을 인격체가 가진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생산단계의 물리적 수단으로 파악하게 했다.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서 인간은 생산의 전 과정의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생산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적 투입요소라는 피지배자의 자격을 취득했다. 추상적 인격을 물리적 생산수단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룬 산업혁명은 사람들로부터 물질적 소유개념을 인간의 존재가치 자체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것의 학문적 적용이 바로 과목의 분화이다.

‘분업의 원리’가 인간을 자본의 부품으로 파악함으로써 그 성과를 극대화했듯이 학문에서의 ‘과목의 분리’는 학문적 이해능력과 인격의 상관성을 분리시켰다. 이제 어느 과목에서의 실력과 인격의 고매함의 상관관계를 믿는 사람이 없다. 실력은 취직과 돈벌이의 용이성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가질 뿐이다. 다시 말해 학문은 인격의 심화를 통해 존재가치를 찾는 수단이 아니라 직장과 물질의 확보수단으로써 기능한다. 이 개념에 뿌리를 두고 모습을 갖춘 것이 현재의 학습진도시스템이다. 따라서 현 학습체계는 태생적으로 학문을 인격고양의 수단으로써 인식하지 않는다. 수학시간에 방정식을 풀면서도 방정식은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하면 이미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되고 한자(漢字)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물으면 한문이란 과목을 하는 것이어서 수학시간에 할 수 없는 질문들이 된다. 현재의 진도시스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문들이 오히려 수업을 방해하는 시도로 인식된다.

또한 구체적으로 정해진 진도는 학생들의 수업참여거부를 전제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것은 형식적 진도가 없어야만 한다. 정해진 진도를 이행하기 위해서 교사는 부득불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도 진도를 맞출 수 있다면 이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학생들에 한해서 가정될 수 있는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각 과목의 연관성이 교사로부터 확보되어지지 않는다면 선생님도 불가능한 전과목의 공부를 각 과목마다 다른 교사를 두고서 청소년들에게 요구할 수 없들을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진도체계는 학생들에게 이해가 아닌 암기를 공부의 방법으로 강요한다. 이해를 통해 각 과목을 하나의 지식체계로 묶는 일은 과목을 통괄하는 일반원리를 깨우치는 일이며 동시에 이해로 접근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실에는 이해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과 이해시킬 시간을 가지지지 못한 교사들이 인격과 무관한 그 무엇에 '학문'이란 이름을 부여하는 불가능한 일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근대의 산업혁명은 생산성혁명을 바탕으로 했다. 생산성혁명은 '분업의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을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기계의 부품으로 파악함으로써 성공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룬 물질적 윤택함이 그 근본원리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신적 존재가치의 추구를 홀대했다는 것은 많은 인문, 철학자들이 적시(摘示)해 온 사실이다. 기능적 인간의 생산은 이제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주요부분인 로봇산업이 대신해야 할 분야이다. 무릇 학문이란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이를 독립된 과목으로 인식할 수 없는 일이다.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인격형성의 한 요소로써 기능하게 하는 절차를 통해 분업의 원리에 과감한 결별을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과과정과 관련된 교육개혁의 최종적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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