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벽 설치·처벌 강화에도 매년 전국서 3000건 이상 발생
충북 252명 검거에 구속은 2명뿐…‘솜방망이 처벌’ 지적
“현금 환승 왜 안 돼” 버스기사 폭행 60대 집행유예 2년

▲ 격벽 설치 의무화와 처벌 법규 강화에도 버스나 택시기사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시내버스 기사 폭행 CCTV 캡처 모습.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시비는 일상이고, 폭행하는 승객도 여전해요. 마음 단단히 먹고 운전해야 해요.”

청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 이모(61)씨는 첫 차 운전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새벽시간 술에 취한 승객을 태울 때가 많은데 이들 취객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시비를 걸거나 운전자 격벽을 넘어 손찌검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얼굴이 불콰한 손님을 보면 괜히 긴장되곤 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의 수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보은에서는 안전띠를 매라는 요구에 승객이 버스기사를 폭행하며 난동을 부렸고, 지난해 7월에는 버스에 탄 승객이 “잔돈이 없으니 다음 버스를 타라”는 70대 버스기사의 말에 격분해 10여분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20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6년 도내에서 발생한 운전자 폭행사건은 233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3년 49건, 2014년 63건, 2015년 65건, 2016년 56건 등으로 252명이 검거됐다.

전국적으로도 운전자 폭행 입건 건수(대검찰청 집계)는 2014년 3684건, 2015년 3730건, 2016년 3800건 등으로 매년 3000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공식적인 사건으로 접수되기 전 당사자끼리 합의하며 끝내거나 신고를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폭행 사건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기사 보호를 위해 2006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운전선 주변 격벽(보호벽)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11년이 지난 지금도 버스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버스나 택시기사를 폭행할 경우 단순 폭행 혐의가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법에 따르면 운행 중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된 단순 폭행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법적 처벌 규정은 강화됐으나 실형선고는 10%대에 그치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실제 처벌 수위는 낮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현우 판사는 만취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에게 욕설과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기소된 A(66)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알코올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청주의 한 시내버스에 현금을 내고 탔다가 환승처리를 요구했으나 “현금은 환승되지 않는다”는 버스기사의 말에 격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 판사는 “만취 상태로 버스기사를 폭행한 죄질은 가볍지 않으나 피해자와 합의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013~2016년 충북에서 운전자 폭행으로 검거된 252명 중 단 2명만이 구속(구속률 0.8%)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2015년 청주지법은 달리는 시내버스에서 승객과 기사에게 주먹을 휘두른 60대에게 “달리는 버스운전자에게 가한 범행은 위험한 행위로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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