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구혜림

(동양일보) 천만 관객 돌파로 흥행몰이를 했던 ‘신과 함께’란 영화를 얼마 전 보고 왔다.

사후 49일 동안 자신이 살아생전 지은 죄에 대해 7개의 지옥 대왕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후 환생 여부를 결정한다는 참신한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대부분은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 본인의 삶을 투영해 봄으로써 감동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며 반성하고 뉘우치고 도덕적인 삶을 살 것을 다짐할 것이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 ‘독설로 누군가에 마음의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가?’ 또는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부모님의 마음에 못을 박은 적은 없었는가’ 등의 회고를 하며 ‘나라면 7개 지옥의 심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겠구나’라고 다짐했다.

그러다 문득 ‘과연 지옥이나 신이 없다면 우리는 나쁘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혹은 “더불어 살기에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와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콜버그는 이러한 ‘외부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도덕적 행동을 하는 단계’는 3단계 인습 수준에 머무른다고 비판했다.

심리학자인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 단계 이론을 제시했는데 도덕성 발달 단계를 총 6단계를 나눠 설명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1단계는 단순히 벌 받는 것을 피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고, 2단계는 욕구 충족이 판단의 기준이며, 3단계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좋은 관계가 기준이 되는 것이고, 4단계는 법과 질서를 따르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준이 되는 것이고, 5단계는 사회계약이 기준이 되는 것이고 최종 단계인 6단계는 보편적 윤리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가 지향했던 최종 단계인 6단계는 타인이나 외부 상황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내면에 정립된 보편적 도덕성에 부합되는 도덕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즉 도덕적 행동이란 외부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나 보상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고귀한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잘 살펴보면 인습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동적 도덕인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가점을 얻고 감점을 피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인센티브를 바라며 안일하고 복지부동한 자세로 근무하는 모습, 음주운전 등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3단계의 도덕성을 지나 6단계의 도덕성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또는 ‘다른 사람도 하니까 상관없겠지?’등의 도태된 도덕성은 모이고 모여 암 덩어리가 돼 결국 사회 전체를 부패하게 만들 것이다. 도덕적 행동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행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에 잘 보이기 위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가 먼저 행동하도록 하자. 혹시 지옥이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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