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째깍 째깍’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사무국장(구속)으로부터 “다스, 도곡동 땅 이상은 씨 지분은 MB 차명재산”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로써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직후인 오는 3월 초순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 재임시 든, 전후 든 법을 어겼다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직 대통령이라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다. 더욱이 요즘같이 혐의내용이 실시간 공개되는 세상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려 한다면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선거법,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압축돼 가고 있다.

검찰은 4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규정했다. 또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10억원과 불법 전용한 청와대 예산 8억원으로 18대, 19대 총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상황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이 전 대통령도 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 등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미국에서 진행한 BBK투자금 140억원 반환소송 과정에 LA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개입한 의혹을 받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혐의 적용가능성도 제기된다. 영포빌딩 지하 다스 비밀창고에서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문건이 다량 발견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소지도 안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 3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45억원)를 대납한 정황이 새로 포착됐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이 지배한 회사라는 심증을 굳혀가는 검찰은 다스 관계사 여러 곳에서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알아냈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최종 결론나면 2007년 치러진 대선 때 후보자 재산을 허위신고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도 받게 된다.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혐의가 모두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 전 대통령의 운명은 속단하기 어렵지 않다.

2007년 12월2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국민들은 우리나라도 이젠 전직 대통령이 교도소에 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기대했다.

촛불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적폐청산이다. 우리사회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폐단을 하나하나 걷어 나가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따라서 국정원을 불법으로 움직여 인권을 유린하고 시대를 퇴행시킨 역사적 죄를 적폐청산 대상에 넣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단죄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선진국 치고 퇴임 후 온전하게 사는 대통령을 보지 못하는 우리나라 국민처럼 불쌍한 국민은 없다. 작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데 1년도 채 안돼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TV를 통해 봐야할 처지다. 앞서도 우리는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보았다.

이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이 예우받는 풍토를 조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만 구정권 인사들의 잇단 구속을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반대쪽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피로감이 쌓이다 보면 한 순간에 긍정이 부정으로 뒤집혀진다.

적폐를 눈 감자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데 힘들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 한명 구속해 적폐가 한순간에 청산된다면 모르겠다. MB가 지키지 못한 전임 대통령 예우를 문재인 대통령이 대신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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