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성격 쾌활…유서 없고 극단적 선택할 힘든 일 없어
지인 “모 도의원 비판 후 측근 10명 찾아와 폭언 괴롭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최근 청주지역 한 전직 주민자치위원장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무엇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는지 사망 원인과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경찰과 A씨 유족·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 공터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차 안에는 번개탄이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으며,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앞서 6일 오전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A씨 가족은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하다”면서 이튿날 낮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이날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 의해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A씨가 유족이나 지인에게 별다른 문자메시지나 단서 등 남기지 않았고 그의 자택, 사무실 등에서도 유서로 볼 만한 내용이 발견되지 않아 그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A씨에게 사업과 관련한 채무관계가 있었다는 유족과 지인 등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일단 그가 채무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족과 지인들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유족은 “A씨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채무가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채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컸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A씨의 지인들은 그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 일부 인사들의 정치적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A씨의 한 지인은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A씨는 항상 활기차고, 웃는 얼굴에 성격 좋은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가 단순한 채무 때문에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 지인들에 따르면 청주시 상당구지역의 전직 주민자치위원장이었던 A씨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 출신 도의원이 다른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맡게 되자 ‘주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반발하며 해당 도의원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주도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해당 도의원의 측근인사 등 10여명이 A씨의 사무실 등을 찾아와 폭언 등을 쏟아내며 괴롭혀 왔다는 게 지인들의 주장이다.

A씨의 실종 전날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지인 B씨는 “통화 당시 ‘사무실로 찾아 가겠다’고 하자 A씨가 ‘그 사람들 또 와서 험한 말 한다. 오지 마라. 밖에 나가서 만나자’고 했다”며 “그들과 A씨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A씨가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A씨의 자살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그가 정말 정치적 괴롭힘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뜻”이라며 “그게 A씨가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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