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 황 시인

올 2월도 단 한 주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2월은 그레고리력으로 한 해의 두 번째 달로서 악보로 치면 박자를 다 채우지 못한 못갖춘마디요, 태생으로는 30일에서 이틀이 모자란 미숙아다.

호사가들은 모든 요일이 고르게 네 번 씩 들어가는 2월이 풍수지리에 빗대어 823년 만에야 오는 귀한 달이라고 추켜세우지만 하등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윤년을 제외하고 28일로 돼있는 2월에 구조적으로도 일곱 개 요일이 네 번씩 고루 들어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평년 2월에 주고받는 우스개 덕담쯤으로 넘기면 되겠다.

허나 굳이 이런 ‘희귀성’에 2월을 끼워 맞추지 않더라도 2월은 특별한 달로서 의미를 새겨볼만하다. 2월에 들어있는 ‘입춘’과 ‘우수’절기가 말해주듯이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생명의 새봄을 준비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전례력으로도 지난 주 ‘재(灰)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40일간 ‘부활(봄)’을 준비하는 숙연한 기다림의 징검다리가 놓이기 시작했다.

2월을 ‘썩은 달’, ‘버린 달’이라고 폄훼하는 측도 있지만 실은 조용한 가운데 부산스러운(?) 달이다. 대개는 기업체들도 2월 주주총회에서 지난 회계연도의 성과를 평가받고 한 해 계획을 확정하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하다’는 것은 희소성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흔치않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에 ‘특별함’은 비로소 제 빛을 내게 된다.

올 2월은 몇 가지 특별함이 겹쳐 더욱 특별한 2월을 만들어주고 있다.

우선 삼수(三修) 만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빼 놓을 수 없다.

이번 제23차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이요, 1988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30년 만이다. 경기기록 외에도 특별함이 넘쳐나는 올림픽이다.

총 92개국 2952명의 최다 국, 최다선수들이 참가하고, 15개 종목 102개의 금메달도 역대 처음이다.

이번 대회의 공식 슬로건은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이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다.

남북 및 북미관계가 일촉즉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던 차에 북한선수단, 북한응원단, 북한예술단과 고위급대표단이 전격 방남 함으로써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고, 올 2월의 ‘특별한 가치’를 시험대에 올려놓게 됐다.

예상치 못한 논란 또한 거세다. 제목만으로도 주제 자체가 버겁고 선악이 선명치 않다.

-남북한 동시입장 시 태극기 대신 독도가 삭제된 한반도기 사용

-공정성 무시한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북한응원단 개막식 참석, 북한예술단 강릉, 서울공연, 북한고위급 대표단에 김여정 포함 등

올림픽 정신과 국내외 정치적 역학관계가 맞물려 동계올림픽 이후의 상황까지를 염두에 둔 이해당사국이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발언은 남북단일팀 여자아이스하키의 감독 새러 머리(30.캐나다)의 입에서 나왔다.

“단일팀으로 만든 건 정치인들이었지만 실제로 하나가 된 건 선수들이었습니다.”

5전 전패의 최하위 성적으로 모든 경기를 마쳤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며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다.

개막식에서 보여준 LED를 이용한 1218개의 드론의 향연은 ICT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준 또 하나의 특별함이었다. 폐막식은 또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까지는 아니라도 김여정이 특별한 2월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정치적으로야 어떤 해석을 하든, 그들이 말하는 백두혈통, 김정은의 혈육으로서 김여정이 최초로 남한을 찾은 것은 막힌 물꼬를 트는 최소한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남은 것은 한 가지다. 이런저런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대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신의 한 수’를 찾는 일이다. 2018년, 올 2월처럼 특별한 2월은 다시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