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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 물의 ‘3차 분해’
기 고 / 물의 ‘3차 분해’
  • 한현구
  • 승인 2018.02.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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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구 청주시 오창읍 산단관리과장

살면서 물처럼 소중한 것도 흔치 않다. 귀히 여기는 보석은 없이도 살 수 있지만 흔해 물로 여기는 물이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우리 몸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고, 매일 일정 양의 물을 마시지 않으면 신진대사에 영향을 받게 된다.

몹시 춥거나 더운 지역에서 미생물을 비롯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바탕은 많건 적건 물이 있어서다. 모든 생명체에게 물은 생명을 담보하는 귀한 존재이다. 살만한 터로 배산임수를 삼는 것 또한 물의 중요성에 기인한 바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수도 물을 음용한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3차에 걸쳐 처리된 물을 마시고 있다. 물은 쉼 없이 순환하기에 순서를 정하기는 어려우나 일종의 ‘분해’라고 할 수 있는 처리 과정 세 가지를 마쳐야 비로소 안심하고 물을 목구멍으로 넘기게 된다.

이를 ‘물의 3차 분해’라 칭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3차 분해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는가.

먼저 1차 물 분해이다.

‘하늘과 대지의 작용’을 말한다. 농업이 주업이던 시기에는 이 한 가지의 분해만으로 물을 먹을 수 있었다. 천지가 입체적으로 개입한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하천이나 강으로 향하고 바다에 도달하거나 혹은 호소에 다다른다.

흐르다 머물다 맴돌다 태양열을 받아 어느덧 수증기가 되고, 공중에 올라 하늘의 품에서 먼지와 바람을 만나 구름으로 변한다. 비, 눈, 우박이 돼 떨어져 대부분 물의 형상으로 산과 들, 논과 밭 혹은 땅속으로 흐르고 스며든다. 땅 위와 땅 밑에서 먼지와 불순물을 떨어내며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와 같은 순환을 되풀이함을 일컫는다.

다음 2차 물 분해는 ‘상수의 생산’이다.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 개발로 물이 오염되면서 도입됐으며 사람들은 차츰 자연수가 아닌 정수된 물을 마시게 됐다. 상수, 곧 수돗물의 생산은 취수, 정수, 배수 등의 주요 공정을 거쳐 이뤄진다.

비교적 덜 오염된 물을 깨끗한 물로 만들어 각종 용수(생활용, 공업용, 방화용, 음료용 등)로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과정이다.

끝으로 3차 물 분해는 ‘하수의 처리’이다. 공업이 발달한 이후 오폐수가 하천을 더럽히고 생태계에 영향을 주면서 본격화됐다. 하수 처리는 대체로 수집, 물리학적·화학적·생물학적 처리, 배출 등의 단계를 거친다. 생활공간이나 산업현장에서 배출된 오폐수를 모아 수질을 개선해 하천으로 내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물의 첫 분해는 천지(자연)의 도움으로, 나머지 두 분해는 인간의 힘에 의해 이뤄진다.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노력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세상이 온전하게 운행될 수 있음을 물의 분해 과정을 보면서 문득 깨우치게 된다.

물은 변신에 자유롭고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며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때론 술이 되고 눈물로 바뀌는가 하면, 또 때론 우유나 독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고요한 물은 시심을 자극하고 깨끗한 물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타고난 힘으로 토양을 만들고 옮기며 산을 깎고 골짜기를 짓는 데 능하다. 고체와 액체의 형태로 지구 표면의 3/4를 점하는 물은 햇빛과 대지, 공기와 더불어 기후를 좌지우지한다.

그밖에 물을 잘 먹으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숙취를 해소하는 데도 탁월해 해장하는 데 여러 방편이 있지만 들이켜는 물만 같지 못하다. 지난해에 시민들은 물이 가진 대력을 절감했으니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타들어갔고, 가뭄 끝에는 물 폭탄이 쏟아져 길이 끊기고 하천이 범람하며 사람이 상하는 일을 겪었다.

물이란 흔하면서 소중하되 자유로우며 동시에 두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또한 물에 대한 대우는 그에 상응하는 대접으로 사람에게 돌아오게 된다. 하여 3차 분해와 연결되는 천수, 상수, 하수를 관리함에 있어 정성이 배지 않을 수 없다.

집안의 신주단지 모시듯 할 순 없겠지만, 귀함과 위력을 겸비한 마누하님 받드는 심정으로 하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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