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청주의 한 재활병원 신축공사로 인해 건물과 영업에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인접 건물 관계자들이 안전진단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재활병원 신축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안전한 CIP(차수벽)공법 대신 H빔, 토류판을 이용한 기초토목(흙막이)공사를 한 뒤 H빔 90여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건물과 도로가 침하되고 크랙(균열)이 생겼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땅속에 단단히 박힌 15m짜리 H빔을 회수하기 위해선 진동을 이용해 흔들어야만 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토압을 이기지 못해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토목공사 전문가들은 해당 공사현장의 경우 흙막이공사를 안전하게 마무리 지으려면 H빔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덮어야하지만 공사비용 문제 등으로 8000만원 이상의 H빔을 회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문제의 이 공법은 지하수위에 취약하고 벽체변형이 크다는 단점을 안고 있어 인접대지에 건물과 도로가 없는 곳에서 사용돼야 하지만 다른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무시 못 할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행주체인 병원과 시공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시공업체는 이미 사전조사와 계측관리를 한 결과, 신축공사로 인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한다. 또 기초토목공사는 통상적인 공법으로 시공했고, 오히려 다른 건물보다 질 좋은 건축자재를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가 불거져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청주시가 적극 중재에 나서서 체계적인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지난 경주지진에 이어 최근까지 연이어 발생한 포항지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또 땅속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 위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갑자기 땅이 꺼지는 씽크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 예산 부족으로 예방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사고를 당해야만 비로소 문제점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설마가 사람 잡았고, 돌다리도 반드시 두드려봐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방심모드로 곧 전환되는 치명적 결함을 보여 왔다.

이젠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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