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기(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종무팀장)

최병기(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종무팀장)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과 인도에 있는 불교   성지 부다 가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는  매년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또한,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러시아의 성 소피아 대성당, 이탈리아의 밀라노 성당, 독일의 쾰른 대성당 등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문화 유적지이다.

 우리 지역에도 천주교 문화 유적지로 진천군 백곡면 용덕리에  배티성지가 있다. 배티는 배나무 고개라는 뜻으로 충북 진천에서 경기도 안성으로 넘어가는 고개 주변 동네 어귀에 돌배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성지는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태안반도 지령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의 사운선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던 오지여서 박해를 피해야 했던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살기에  적당하였다.

 그런 사유로 1800년대 초반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었고,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신학생이자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신부의 활동중심 근거지로 한국천주교회 초기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뜻깊은 곳이다.

 또한, 1866년 병인년 대 박해때 배티에 살던 많은 천주교 신자들도 순교하여 순교자들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배티성지는 1977년부터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적인 성지의 하나로  성역화되기 시작해 첫 성당이 최양업 신부 탄생 175주년 기념으로 1997년에 봉헌되었다. 2001년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서양 교육이 시작된 신학교를 복원하였고, 이 건물은 충청북도 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2012년부터 5년에 걸쳐 순례성지 조성사업이 진행되어 현재 배티성지는 최양업신부 기념관, 순교박해박물관, 배티성지 순례길과 둘레길 등이 조성되어 매년 15만명에  가까운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티성지는 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2021년은 최양업신부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기념하여 양업명상마을 건립을 계획중이다. 

 이 사업은 총 1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주요 시설로는 명상의 집(경당), 배움의 집(강의실), 머뭄의 집(숙소), 만남의 집(쉼터), 사색의 집(도서관 등), 명상의 길(연못 및 둘레길), 만남의 광장(생태정원)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기존의 배티성지가 당일 순례형 성격이라면, 새로 조성되는 성지는 순례를 포함한 교육과 명상이 가능한 장기 체류형 성지로 조성된다.

 종교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 되었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 민족에게서 보이는 문화 현상이다. 그 때문에 종교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화 현상의 일부다.

 이 사업은 천주교 역사성을 활용한 종교시설의 문화공간화사업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많은 현대인들에게 참된 명상으로 내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힐링센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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