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4개월도 남지않았지만 국회의 선거구 획정은 오리무중이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어 66개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6·13지방선거에서 뽑을 광역·기초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가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미루면서 예비후보자 등록일이 늦춰진 2014년 지방선거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 13일부터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후보들의 예비후보 등록은 시작되어 본격적인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역문제를 챙길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국회에서 여야 간의 이견으로 처리되지 않아 지방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후보자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광역의원 선거구와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정수는 국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안을 토대로 선거일 6개월 전까지, 또한 기초의원 선거구는 광역의회가 조례를 통해 확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회는 또 법을 위반하면서 법정 시한인 지난해 12월13일을 넘기고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여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광역의원 정수다. 충남도의 경우 인구 증가에 맞춰 지역구 36명, 비례 4명의 기존 도의회 전체 40명에 4명(천안 2·서산 1·당진 1) 증원되어야 한다. 대전시도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을로 분구된 유성이 그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 선거구가 갑·을 선거구에 걸치면서 선거구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전시는 자치구별 기초의원 정수 이동이 예정돼 있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세종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15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는 30만 명 수준으로 2배로 늘어 15명(지역구 13명, 비례 2명)인 세종시 의원 정원을 최대 22명(지역구 19명, 비례 3명)까지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 수를 더 늘리려는 ‘세종시법 개정안(22명)’과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자는 ‘세종시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20~21명)’이 맞서면서 여야 합의가 법정 시한을 넘겼다.
이처럼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출마 희망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이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이 늦어질 수 있고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엉뚱한 선거구의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 일정상의 문제뿐 아니라, 선거구가 당리당략에 따라 기형적으로 조정되는 '게리맨더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걱정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지방의회를 국회의 예속기관쯤으로 여기는 인식에 근본 원인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제도의 개선을 위해선 중앙정치인 국회가 입법과 법률 개정을 핑계로 무한대에 가까운 개입을 하는 현실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 만큼 선거관리위원회나 지방의회로 선거구 획정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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