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비누세트를 3만원 식권과 바꿔
계약 기준인원 늘리려 어린이 등에도 제공
결혼식 직전 추가계약 사인 요구 등 꼼수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식사 못하고 가실 분들에게 선물 드릴 거죠. 여기에 사인하세요.”

이달 초 청주의 한 예식장에서 딸의 혼사를 치른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예식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하객들과의 인사에 정신없던 그에게 예식장 직원이 다가와 ‘식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답례품을 주겠다’면서 추가서류에 사인을 요구했던 것이다. 답례품은 인근 마켓에서 1만원이면 살 수 있는 비누세트. 식권 1장당 3만원에 계약했던 A씨는 당장 항의했고, 답례품 제공을 취소할 수 있었다. A씨는 “너무 당연히 이미 ‘오케이’ 했던 것처럼 얘기해 깜빡 속았다. 신랑 쪽에는 시어머니에게서 사인을 받아냈더라. 그 정신없는 상황에 안하겠다고 할 사람이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청주의 또 다른 예식장에서 아들의 혼사를 치른 B씨의 사례는 더욱 황당하다.

B씨는 하객들과의 인사에 정신없던 때 예식장 한 쪽에 ‘식사를 하지 못한 분들은 관리사무소에서 답례품을 받아가라’는 내용의 팻말을 봤다. B씨는 물론 가족들의 동의도 없었다. 예식장 측의 일방적 통보에 분개한 B씨는 즉각 예식장 측에 항의해 이를 취소할 수 있었다. B씨는 “식사 제공 계약에도 없는 답례품 제공을 혼주와의 별다른 동의 없이 하려는 것은 사기 영업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예식장들이 식사를 하지 않는 하객에게 주는 답례품을 강매하는 등 꼼수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예식장을 이용객들의 불만이 크지만 별다른 규제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6일 지역 주요 예식장 등에 따르면 예식장들은 보통 예식장 대여 때 하객들의 식사를 필수조건으로 정해 놓고 식사를 하지 않는 하객에게는 예식장 업체가 대신 답례품을 제공하는 계약을 한다.

그런데 예식장에서 제공하는 답례품이 1인당 식사비용인 2만~5만원에 터무니없이 못 미치다보니 혼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예식장이나 컨벤션센터에서 제공하는 하객 답례품은 대부분 빵이나 쿠키, 와인 등 식품이나 세제, 미용비누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대량 계약으로 납품 받는 이들 답례품은 대부분 도매가격으로 내려가지만, 혼주들에겐 답례품 1개 당 하객 1인 식사비용과 같은 요금으로 계산된다.

일부 예식장에선 어린이나 식사를 마친 사람들에게도 답례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계약상 ‘최소지불보증인원’을 넘겨 추가 요금을 받기 위한 꼼수다.

예식 당일 신랑신부나 가족들이 하객들과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기존 계약에 없는 답례품 제공 추가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예식 시작 전 결제 사인을 요구하면 대부분이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아예 계약서에 답례품 제공 조항을 넣어 답례품 제공을 원치 않을 때는 계약조차 할 수 없게 하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답례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답례품 강매나 예식 당일 분주한 분위기를 틈탄 꼼수 영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지역 유명 예식장 관계자의 귀띔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주의 한 유명 예식장 관계자는 “꼼수·강매영업을 하는 몇몇 예식장 때문에 깔끔하게 장사하는 곳이 다 같이 뭇매를 맞는다”며 “요즘은 인터넷 등 정보가 많아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지방이나 중소 예식장에선 투명하지 못한 영업행위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예식이 끝난 뒤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혼주들은 많지 않다보니 관계당국도 실태파악이나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 당사자 간 계약의 경우 피해 보상이나 구제 등 법적인 제재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표준약관에 답례품 강매나 꼼수 영업에 대한 관련조항이 없는 상황이어서 표준약관 제정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역 한 변호사는 “계약서 작성 때 추가 계약사항에 대해서는 혼주 본인이 아닌 가족 등 타인의 사인이 유효하지 않다는 추가 약관을 기입하는 방법으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계약당사자와 가족들이 예식 전 상의를 통해 문제 발생 사항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