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기초소양 부족 우려…인문계 학습부담 가중 ‘반발’
입시업계 “정시 준비 수험생, 이과 부담 줄고 문과 늘 듯”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영역 가형에서 ‘기하’가 출제범위에서 빠지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에는 기존 출제범위에 없던 삼각함수 등이 추가된다.

●2021수능서 ‘기하’ 제외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확정해 시·도교육청과 일선 고등학교에 안내한다고 27일 밝혔다.

교육부는 정책연구, 학부모·교사·장학사·대학교수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시·도 교육청 의견수렴과 공청회 결과를 종합해 수능 출제범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021수능 출제범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공계열에 진학할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이다. 수학 가형의 출제범위는 수학Ⅰ·미적분, 확률, 통계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심화과목인 ‘진로선택과목’이 된 기하는 제외된다. 기하가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제외된 것은 1994학년도 수능 시행 이후 처음이다.

수학·과학계의 ‘기하 제외’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기하가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고 대학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필요하면 학생부에서 기하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는 수학Ⅰ·수학Ⅱ· 확률과 통계로 정해졌다.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 기존 수학 나형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국어영역 출제범위는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 언어(문법)다. 당초 한 과목인 ‘언어와 매체’ 가운데 ‘매체’가 기존 시험범위에 없던 내용인 점을 고려해 언어만 출제된다.

과학탐구는 현행 수능과 같이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가 출제된다. 영어와 사회탐구, 직업탐구, 2외국어·한문은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출제된다.

●“정시, 이과 부담↓ 문과↑”

이번 발표된 교육부의 2021수능 시험 범위를 두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지면 학생들의 기초소양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나형에 기존 출제범위에 없던 ‘삼각함수’ 등이 들어간 것은 수험생 부담 최소화라는 교육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 의원실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지난 24~26일 온라인 카페 등에서 학생·학부모 등 7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능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하는 것에 88.2%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기하 제외에 찬성한 응답자는 11.8%였는데, 절반 가까이가 학습 부담 경감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교육부가 1월 23일~2월 4일 학부모·교사·교수·학회 등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119명 가운데 84% 이상이 기하 제외에 찬성했다.

교육분야 시민사회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나형에 수학Ⅰ이 포함되면서 삼각함수 등의 범위가 추가된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얹어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사걱세는 기하를 시험 범위에 포함하면 고2∼고3 2년 동안 최소 5단위 과목 5개를 이수해야 한다며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입시업계에서는 학생들이 어렵게 느꼈던 ‘기하와 벡터’가 빠져 자연계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학 나형의 경우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수학Ⅰ에 추가된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어서 학생들이 다른 영역의 학습시간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다른 영역의 학습량이 늘어 사회탐구 등 타 영역 상위권 동점자가 증가한 것으로 입시학원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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