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논설위원/중원대 교수>

▲ 김택<논설위원/중원대 교수>

“우리는 이에 우리의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노라. 이로서 세계만방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由民임을 宣言하노라. 此로써 世界 萬邦에 告하야 人類 平等의 大義를 克明하며 此로써 子孫 萬代에 誥하야 民族 自存의 正權을 永有케 하노라) 99년 전  서울탑골공원에서 민족독립운동가33인이 일제순사들의 총칼위협에도 당당하고 정의가 넘치는 독립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천도교지도자 손병희 선생부터 언론인 오세창, 승려 한용운, 청주출신 독립운동가 신홍식, 기독교목사 양전백이 서명한 독립선언문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움에서 촛불처럼 희미하게 빛을 내어 온 누리를 밝게 비친 민권운동이었다. 삼일운동은 프랑스대혁명과 같은 민주주의운동이고 국민주권의 시작이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 코리아를 외쳤는데, 대한민국은 정말 동방의 등불 같은 존재였지만 당시는 암흑기였다.  일제의 위안부 강간과 폭력, 한국인의 강제징용과 살육을 서슴지 않았다. 힐러리 미국 전 국무장관은  위안부를 성노예로 말했다. 나이어린 조선여자들은 사할린으로 아니 태평양 저 멀리 버마전선으로 강제로 끌려가 성노리개가 됐다. 누가 이 청춘을 보상할 것인가. 이 아픔과  슬픔, 원망과 한을! 그런데 꺼져가는 나라의 운명 앞에 누구를 원망하고 한탄할 것인가? 원망할 나라도 국왕도 없었다. 지금이나 예나 똑같다. 결국 힘없는 나라는 강대국의 먹잇감밖에 안 된다는 쓰라린 현실을 맛보았다. 구한말 일본의 위협에 왕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가고, 동학혁명에 청나라와 일본이 우리나라에 와서 싸우고 국토를 유린했다. 국권을 상실한 민초들은 구름처럼 사라졌다. 이게 나라의 운명이었다. 힘없는 나라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이다. 백척간두의 위기였다. 100여년이 흐른 지금도 똑같은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미사일을 전진배치하며 무력을 자랑하고 있고, 중국시진핑은 이웃국가들에게 황제처럼 군림하며 조공의 예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한국을 가볍게 보며 장난치고 있다. 미국도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동맹도 서로 힘이 있을 때다. 신뢰가 있을 때 혈맹이다. 언제든지 하와이나 미국본토가 위협받으면 미국은 떠난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위협에 미국은 경고시늉만 하고 있다. 김정은의 노림수에 덧에 갇힌 대한민국은 허둥지둥 빠져나오려고 바쁘다. 
최근 미국흑인인권운동가 잭슨목사가 뉴욕 평화의소녀상에 헌화하고 기도했다. 현재 파킨스병을 앓고 있는 그는 "미국 흑인들도 과거 노예제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노예 주인들의 위안부로 고통 받았다"고 했다. 잭슨은 ”일본의 군 위안부는 인류의 수치다. 일본은 상처를 치유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일본의 적절한 사과(proper apology)를 주장했다. 양심 있는 미국목사의 말은 우리를 뭉클하게 만든다. 빌리브란트라는 분이 있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정치인이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의 행동하는 양심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1970년 그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게토를 방문하고 2차세계대전시 독일이 저지른 악행과 폭력행위를 사죄했다. 수백만 명이 죽었던 전쟁행위에 대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치를 떨었던 폴란드와 유대인들의 마음을 돌렸다. 과거의 잘못을 진정으로 사죄하는 그의 태도와 자세에  당시 헝가리 언론은 '무릎 꿇은 것은 브란트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이다'라며 빌리 브란트의 참회와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이에 반해 아베신조 일본 수상은 A급전범 집합소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고 뻔뻔스런 행동으로 사과는커녕 한국인의 감정을 훼손하고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후안무치한 일본정치인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들을 마냥 욕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화와 화해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처럼 요원하지만  우리가 그들보다 힘이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오겠는가? 자강이 먼저다. 4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숙명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살 것인가? 1세기전 그 독립운동의 외침을 잊지 말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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