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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선물 같은 하루
<프리즘> 선물 같은 하루
  • 김윤희
  • 승인 2018.03.04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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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김윤희

“생일 축하해, 서울 똥.”

오늘은 조카의 생일이다. 어느새 스물여섯 살이 된 조카의 생일에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어 웃음 짓게 하는 날이 됐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하루 안에 태변을 봐야 하는데 조카는 태어난 지 이틀이 지나도 태변을 보지 못했다. 엑스레이도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결과를 주셨다. 곧바로 형부와 가족들은 조카를 안고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한 병원에서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검사를 마치고 나니 조카의 몸에서 큼큼한 냄새가 났다. 기저귀를 열어 보니 태변을 시원스레 보았지 뭔가.

“그놈, 참 건강하네.” 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안도의 소견을 듣고 행복한 마음으로 조카를 안고 내려왔다. 다음 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견으로 가족들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병원을 가니 그날 엑스레이가 고장이 나서 결과가 잘못 나왔다면서 사과를 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던 하루를 생각하면 화가 났지만 건강한 조카를 생각하며 과감하게 용서했다. 고장 난 엑스레이로 ‘환자’를 만들어버린 그분은 우리의 용서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기계의 결함은 없는지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자동차 원부 창구에서 민원을 보다 보면 원부 안에 자동차의 이력과 더불어 자동차와 함께 시간을 달리고 있는 다양한 사연들을 보게 된다. 새 차를 구입해 벅찬 마음으로 등록하는 사람들과 누군가에게 명의를 빌려줘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자동차에 압류된 세금으로 분통을 터뜨리며 해결 방법을 찾는 등 그저 사람과 함께 달리는 자동차에는 운전자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차량등록사업소는 천당과 지옥이 오락가락하는 일과가 연속된다. 민원대는, 그래서 민원인의 말을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듣게 되면 안 된다. 민원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서 짐작만 해 대답하면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야기를 듣고 답해야 한다. 한 마디의 불성실한 답변이 한 사람의 하루를 지옥으로 떨어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자동차일 뿐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루를 또 일상을 나누고 있기에 민원을 처리하는 일은 고장 난 엑스레이의 잘못된 판독처럼 잘못된 결과를 만들 수 있어 진심을 담아서 처리해야 한다. 오늘도 잃어버린 차를 울산에서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민원이 있었다. 자동차를 찾아 기뻤지만 자동차에 얹어진 어마어마한 세금 체납에 무거워진 마음으로 해결을 찾는 민원인에게 마음 편한 답만을 줄 수 없지만 해결 가능한 방법을 찾으실 수 있도록 알아봐 드릴 수밖에 없었다.

시원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 서운한 마음에 재촉도 하시고 화도 내보시고 하셨지만 진심을 담아 찾고 있다는 마음을 알아봐 주시고 가셨다. 민원을 본다는 건 누군가에겐 선물 같은 하루를 드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민원대는 오늘도 진심을 담아 민원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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