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투 운동’…관련 소송도 확산 전망
“사회 평균의 성적 도의관념 반하면 성추행”
기소 74% 집행유예·벌금…무고 등 역고소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앞으로 이어질 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충북에서도 조민기(53·전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씨의 성추행 폭로에 이어 지난달 충북지역 여성단체들이 미투 지지에 이어 성희롱·성추행 경험 폭로가 잇따랐다. 5일에도 도내 기초단체 예비후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이는 등 미투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불붙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으로 다수의 성폭력 사건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그동안 지역에서 불거진 성추행 사건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에 다시 한 번 눈길이 쏠린다.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의 수치심 여부가 법원의 유·무죄 판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청주의 한 마을이장 A(53)씨는 2016년 청주시 이장단협의회 해외연수 과정에서 가이드를 맡은 여행사 여직원(51)의 몸을 더듬고, 음란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성추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경찰 수사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했으나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그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과 정황증거를 종합하면 공소내용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여학생의 발목, 종아리 등을 쓰다듬는 행위도 성추행에 해당된다. 충북의 한 고교 교사인 B(57)씨는 2015년 여름학교 강당에서 수업을 받던 C양의 다리를 쓰다듬는 등 이듬해까지 여학생 9명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등 신체를 만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달 청주지법 형사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성추행에 고의가 있다고 판단,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어깨동무를 하거나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등을 쓰다듬는 행위는 별다른 인식 없이 접촉할 수 있는 부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신체접촉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도 신체 접촉이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성추행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학생에게 ‘진맥’을 해준다며 가슴을 만진 한 초등학교 교사가 1,2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수치심을 기준으로 성추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청주지역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성적 수치심의 경우 대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미투 운동에도 성폭력 사건의 고소·고발은 물론 기소 비율이 낮고, 기소되더라도 실형 판결을 받기 어려운 점은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경찰신고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대검찰청 자료에서도 2016년 수사기관에 접수된 성폭력 범죄 2만7248건 중 기소가 이뤄진 것은 1만1401건에 그쳤다.

실형 판결을 받는 것도 녹록치 않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4~2016년 성폭력 범죄 1심 판결에서 유기징역을 선고한 비율은 22%인 반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미투 이후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역고소를 당할 위험도 크다.

충북에서도 검찰 직원 D(46)씨가 법률사무소 수습 직원으로 검찰 민원실을 찾은 여고생과의 회식 자리에서 어깨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500만원)을 받은 뒤 피해 여고생을 무고·위증죄로 고소했다가 자신이 되레 무고죄로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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