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충남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5일 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가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내포신도시 충남도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가 찾은 6일 오전 충남도청 공무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듯 말을 아꼈고, 도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공보실 직원들은 안 지사의 성폭행 폭로에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 할 말을 잊은 모습이었다.

한 공무원은 "침통하다. 속된 말로 초상집 분위기다"라며 무겁게 가라앉은 도청 분위기를 이같은 말로 전했고, 또 다른 공무원은 "어제 오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며 "도지사 공백으로 인해 3농혁신 등 도 현안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배신감을 넘어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안 지사의 미투 사건이 폭로된 5일 오전 안 지사가 도청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에서 미투 운동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이날 안 지사는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 살아왔으며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한 여직원은 "어제 소식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라고 전했고, 다른 여직원도 “지사 본인이 인정까지 한 상황이어서 속상하고 안타깝다. 앞으로의 도정이 걱정되고 복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오전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시고 한편으론 도정을 걱정해주고 계신 도민 여러분께 행정부지사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현재 지사께서는 도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희정 지사의 사퇴서가 수리되면 제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도정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며 “선출직 대표가 아닌 만큼 각종 현안에 대해 일반 도민은 물론 사회단체나 정치권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가 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정래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