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의 ‘미투’(# Me too) 운동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안 전 지사의 6급 정무비서인 김지은(33) 씨는 5일 밤 JTBC에 출연해 “안 지사의 수행 비서를 맡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네 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 비서실은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합의한 성관계였다”고 해명했다가 다시 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시인했다. 안 전 지사는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자였고, 대선 후에도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됐다. 그랬던 안 전 지사가 30년 정치역정을 ‘성폭행범’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마감하게 됐다. 안 전 지사는 친노(친노무현) 그룹과 5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여권의 촉망받던 정치인이 성폭행이라는 파렴치한 범죄로 낙마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배신감을 넘어 허탈한 마음마저 든다.

안 전 지사는 도지사 사퇴와 정치활동 중단으로 이번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 해선 안 된다. 수사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법에 따른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에서 “안 지사의 범죄는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면서 “정치활동 중단 등 도덕적 책임 수준으로 면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해자 김 씨의 고소가 접수되는 대로 이미 내사에 들어간 경찰과 조율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김 씨가 밝힌 것처럼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는지, 김 씨가 피해 상황을 주변에 알렸는데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안 전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도 악재다. 민주당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안 전 지사에게 최고 수준인 출당과 제명의 징계를 내리기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야당의 공세 수위도 높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영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진보정권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으로 미투 열풍이 번지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여건 야건 힘에 눌려 침묵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정치인들이 자신의 도덕성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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