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주 원장

“주사 맞으러 왔어요. 몸이 안좋아서 보혈 주사 맞으러 왔어요”하며 내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보통 보혈 주사, 영양제 주사라고 불리는 주사제는 실제로는 아미노산 성분이 들어 있는 수액제이다. 이 주사를 맞으면 감기도 낫고, 입맛도 좋아지고, 피로도 회복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단지 약간의 영양소 보충일 뿐이고 입으로 먹을 수 있으면 훨씬 좋다.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필요한 주사제인 것이다.
그외 수액 주사제로는 생리 식염수, 포도당 수액, 전해질이 들어 있는 하트만액 등이 있다.
 구토가 심해서 못먹는 경우는 식염 포도당 수액을, 설사가 심해서 탈수가 된 경우는 하트만액을 주로 사용한다.
 어느 정도의 영양 공급이 필요한 심한 영양실조 환자에게는 포도당, 지질, 아미노산 등 세가지 성분이 같이 들어있는 수액제를 놓기도 한다.
 마늘 주사, 태반 주사, 비타민 주사 등의 주사제도 있기는 하지만 그 효능이 뚜렷하지 않다.
 내가 인턴 초기에 혈관주사 놓는 법을 배울 때는 긴 철제 바늘을 사용했다. 정맥혈관에 철제 바늘을 꽂아 놓고 잘 유지시켜야 했다. 그 때에는 서툰 솜씨이다보니 정맥 혈관에 제대로 놓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겨우 꽂아 놓아도 환자가 움직이다가 바늘이 빠져서 다시 주사를 놓아야만 했던 경우도 많았다. 그후 길이가 짧아진 나비 바늘이 나왔고, 요즘은 비닐제질의 통상 젤코 바늘이라 불리는 것이 있어서 혈관주사를 놓기가 수월해졌다.
 필자는 신장분과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했기 때문에 응급 혈액투석 환자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응급 혈액투석을 하려면 쇄골하 정맥이나 내경 정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혈액을 몸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집어넣는 라인을 확보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에 직경이 큰 카테터를 삽입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었다. 차츰 손에 익을 때면 한번에 혈관을 찾기도 했고 그럴 때의 성취감은 대단했다. 그만큼 혈관에 주사를 놓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일반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요즘에도 혈관주사를 직접 놓는데 노안이 와서 시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가끔 한번에 놓지 못하고 주사를 놓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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