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 한애경

(동양일보)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이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되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미국 뉴욕의 섬유산업 여성노동자 1만5000명이 ‘We want bread, but roses, too!’을 외치며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한 대규모 시위를 기념하기 위한 날로 1975년 UN에 의해 기념일로 지정된 이래 우리나라는 43년 만에 제도화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여성단체와 활동가를 주축으로 젠더이슈에 관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행사도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도 적지 않은 세월동안 구조적으로 적체된 성차별 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들이 법적지위를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사회 많은 이들은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아젠다를 대면함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지고자 하는 여성들만의 리그(league)라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反)남성주의로 여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자 하는 것을 단순히 남녀 대립구도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여성의 날’은 여성들만의 축제도 아니요 남성을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의 주체로 간주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을 개선의 대상으로 하며 성역 없는 성평등 실현이 기념일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늘 성차별을 운운하며 여성의 안녕을 부르짖는가?

이는 최근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ME TOO’ 운동을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의 권력구조를 통해 이해가 가능하다.

정치계,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 학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갑을관계 문화, 그리고 권력 앞에 놓인 무력한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수준이 위험수위를 넘어 지금 현재에도 진행 중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디어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데미지를 각오하고 나서야하는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차마 나서지 못하는 잠재 피해자 수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 상황이 우리시대 여성인권의 현주소이고 여성의 안녕상태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안녕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여성’이라서 보호받아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여자와 남자가 무조건 똑같거나 평등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틀을 만드는 기준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바라건대 ‘여성의 날’이 법적 지위를 갖게 된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거나 그들의 안녕에 위협이 되는 일이 없기를 원한다.

아울러 차별, 배제, 폭력 없는 성평등한 사회 구현에 국가와 사회가 기준을 바로세우는 책임부담에 동참하게 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면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도약의 시대를 꿈꾸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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