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분량 유서 남겨…“가족·학생에 미안”
경찰 “타살 혐의점 없어…부검 않을 것”
충북경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던 배우 조민기(52·전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씨가 사망함에 따라 그에 따른 수사도 종결됐다. 조씨는 제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9일 오후 4시 5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대형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 주차장 내 창고 안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1982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다양한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했다. 2004년 청주대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조교수로 부임, 지난해까지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수사를 받아왔고 오는 12일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었다.

충북경찰청은 조씨의 사망으로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가 숨진 창고에선 A4용지 크기, 종이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 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한 매체에 따르면 조씨는 숨지기 전 ‘후배들에게 사죄의 말을 올린다’, ‘교만과 그릇됨을 뉘우친다’는 내용의 자필로 쓴 손편지를 언론사에 보냈다.

조씨는 사고 당일 오전 외출 중이던 아내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연락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는 오피스텔 관리실에 조씨를 찾아달라 요청했고, 관리실 직원이 오피스텔 건물을 수색했다.

아내는 집에서 지하창고 열쇠 2개 중 1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창고에 내려갔다가 조씨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 이어 보안팀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조씨가 오후 1시 20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창고가 있는 지하 1층에 내린 것으로 파악했다. 검안의가 1차 검시한 결과 사망 시간은 오후 3시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부검하지 않는 것으로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청주대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조씨의 사망이 알려진 이날 오후 청주대 측은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침묵을 지켰다. 다만 그가 교수로 활동한 연극학과 측이 별도의 논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청주대 관계자는 “소식을 접한 학교 관계자들은 안타까움과 침통한 심정”이라며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를 앞둔 그의 비보를 접한 도내 여성단체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여성계 전체와 이 문제를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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