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맞아 주화론을 주장했던 지천(遲川) 최명길(崔鳴吉, 1586~1647)의 업적과 사상을 재조명해 청주권역의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의 무덤은 청주시 청원구 대율리에 있다.

최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최명길의 생애와 업적 및 그 지역적 기반과 청주지역의 소론(少論) 학맥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학술대회에서 전쟁기념관의 김낙진 박사는 ‘청주권역 소론 관련 사적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최명길은 병자호란 당시 청과 화의를 주장한 주화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조선후기 노론이 집권하며 주화계열의 소론은 정치권력에서 배제돼 양명학 연구에 몰두해야 했다. 이러한 당시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최명길에 대한 평가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제라도 그의 사상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이날 “청주권역 대표적인 인물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쉽게 내세우지 못한다”며 “충북역사인물 선양사업과 연계해 최명길 묘역 주변에 대한 개발 및 기념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북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렇다 할 대표적인 기념관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명길을 핵심으로 그와 연관된 폭넓은 주제를 함께 다루는 종합적인 기념관과 그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기념관 자체만으로는 관람객이나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며 “병자호란과 최명길, 양명학, 의병·민족운동가 등을 모두 다루는 기념관으로 승화시킨다면 청주가 호국의 고장임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명길의 묘소가 청주에 위치하고 있는 점은 그를 통해 병자호란이나 그 밖의 문화콘텐츠들을 선점하고 특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을 맡은 박상일 청주문화원장도 문화자원 개발의 필요성에 동조했다.

박 원장은 “최명길의 묘소와 신도비는 각각 충북도 기념물 68호와 유형문화재 59호로 지정돼 있지만 이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를 위해 ‘최명길 기념관’을 건립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명길 기념관이 설립되더라도 소론이나 양명학자만의 전시관이 아니라 청주권역의 역사인물과 유교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최명길 묘소 주변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인근 유적지와 연계할 필요가 있음에 동의했다.

그러나 김 박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전혀 관련이 없는 유적을 연계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박 원장은 최명길 묘소 주변에 있는 손병희 생가와 의병대장 한봉수 묘소, 국악 명인 박팔괘 묘소 등 인물 유적을 연계해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박 원장은 "학술대회를 기회로 최명길에 대한 연구와 선양 및 묘소 주변 정비사업 지역 역사인물 콘텐츠 사업이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