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출발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정치권으로 확산하면서 전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에 이어 지난 주말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성희롱 의혹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충남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여성 지방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논란에 휩싸였다.세종시 수탁기관 센터장도 이춘희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투 대열’에 가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건도 민주당 충주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미투 폭로 글이 게시돼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 미투가 다가오는 6.13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예상 밖 폭로가 잇따르며 90여일 남은 선거판은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충남 판세를 안개 속으로 몰아넣었다. 당초 ‘포스트 안희정’으로 꼽혔던 박수현 전 대변인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본인마저 불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이중고를 안게 됐다.

12일 경찰 조사를 앞둔 배우 조민기씨가 9일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 같은 미투 릴레이 속에 미투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투를 정치적 호재로만 활용하려는 정치권의 ‘내로남불식’(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인식이 볼썽사납다.

지난 1월 1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매일 새로운 가해자가 나오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성폭행·성추행이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일부에서 미투 운동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이 운동의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동안 연예계를 중심으로 무차별 폭로와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 적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조민기씨 자살 이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단 일부 네트즌은 다른 이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고, 이들은 편을 나눠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폭로 학생들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조씨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 죽음의 책임이 미투 피해자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씨가 법적 책임을 지는 대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버림으로써 무책임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죽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지금의 미투 운동은 마녀사냥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투를 자제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이름을 공개해 여론재판부터 받는 방식 등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면 이 또한 큰일이다.

일부에서는 미투 운동이 남성을 적대시하는 여성운동으로 변질됐다고 공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미투 공작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여러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과다한 폭로와 여론재판, 피해자 노출 같은 폐단도 이 기회에 함께 없애야 한다. 왜곡된 사회 시스템과 남성의 인식을 바꾸는 건전한 사회운동인 미투운동이 변질돼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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