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의료생협 치과 경영난으로 폐업… 피해 신고 잇따라
현금 계산 유도해 선금 받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료 중단
경찰 “사기 혐의·의료법 위반 조사 중… 이달 안에 결론”

(태안=동양일보 장인철 기자) 태안에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치과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의료비를 미리 냈다가 치료도 못 받고 돈만 떼인 시골 주민들의 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14일 태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의료생협 K치과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한 뒤 조합원으로 가입해 의료비를 미리 내고 진료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있다.

이날까지 60여명의 조합원 등이 경찰서를 찾아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진술했으며, 피해액만 3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료생협에 가입한 조합원이 11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와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안면도와 원북면 등 시골 오지의 농촌 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과 가까운 서산은 물론 인근 당진과 예산, 홍성, 보령지역에서도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조합원은 치아 14개를 임플란트하기로 약속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해 1500만원을 냈지만 이 가운데 8개만 완료하고 나머지를 진료받지 못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지난해 7월 700여만원을 내고 치아 5개를 임플란트하기로 하고 발치했으나 진료를 받지 못하자 나머지 치아 손상을 우려해 다른 치과를 찾아 추가로 돈을 내고 진료를 받고 있다.

한 피해자는 임플란트 기둥을 심은 채 진료가 중단돼 다른 치과를 찾아 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나사를 박아놓은 상태인 데다 치료방법이 달라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경찰 조사에서 “병원 측이 조합원 가입, 일시불 선불 계산, 현금 계산 등을 하면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유도했다”고 진술했다.

의료생협 측은 폐업을 전후로 서산에 새로운 치과를 개원해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확약서 등을 일부 조합원들에게 써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산지역 치과 개원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내용 청취와 함께 의료생협 관계자들을 만나 폐원 및 진료 과정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첫 1년간은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금 등을 받고 진료하지 않은 사례가 나와 애초에 진료할 의사가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령의 피해자가 많은 만큼 추가 피해를 막고 보상이나 추가 진료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늦어도 이달 안에 사기혐의나 의료법, 생협 조합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