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지

▲ 최영지 <충청북도 노인장애인과장>

눈물의 의미는 다르지만 에티오피아에 꽃핀 감격과 환희의 눈물은 사뭇 다르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한반도 5배 크기에 인구는 9000만명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고원지대로 커피의 원산지 이자 세계 최빈민국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때 6037명의 전투병을 파병했다. 미국,영국,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이다. 강원도 철원, 금화전투에서 빛나는 전과를 세워 122명 전사에 536명이 부상 했지만 포로가 단 한명도 없는 용맹한 병사들로 6.25 전사(戰史)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귀국 후에 비참한 생활을 했다.  쿠데타로 왕권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 선후 한국전에 참전 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위와 부를 모두 박탈 당한 채 뿔뿔이 흩어져 17년간을 온갖 박해와 굶주림으로 숨어서 생활했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오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1996년 여름, 문영길 목사가 동양일보를 찾아가 에티오피아의 6·25 참전용사들이 너무나 비참한 생활을 한다는 제보에 동양일보는 현지에 기자를 보냈다. 그 기자는 돌아와 ‘코리아는 우리를 잊어도 우리는 코리아를 잊을 수 없습니다’ 는 어느 노병의 눈물어린 절규를 기사화 했다.
현지의 생생한 소식이 충북도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을 돕기위해  동양일보와 월드비젼 충북지부가 공동으로 ‘사랑의 점심나누기 시군순회 모금’ 행사를 올해로 23년째 해오고 있다. 이 성금은 해마다 10만달러를 지원해 참전용사의 소득증대와 학교건립 등에 쓰여지고 있다.
 충북방문단은 첫날 현지 월드비전 사무실에 들러 관계자로부터 2020년까지 현지 아동 2000만명을 목표로 어린이 자립기반인 마을 커뮤니티 홀 조성 등 4개분야의 사업추진 설명을 청취했다. 오후에는 몰라투 테쇼메 대통령을 예방하고 충북도민의 후원사업에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몰라투 대통령은 우리 방문단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매년 보내준 성금으로 보건, 의료, 식량, 교육분야를 해결해준 ‘동양일보와 충북도민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돈독한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에티오피아 임훈민 대사가 초청한 만찬에 참석했다. 임 대사는 오늘 임명장을 받아 부임했다며 공식일정에 우리 방문단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했다. 우리는 부탁했다. 정부차원의 지원과 관심을 가져달라는데 그는 흔쾌히 대답했다. “현재 우리정부도 참전용사에 일부생계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2012년 7월부터 생존자 한명당 한화 4만원씩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튼날은 아디스아바바 인근 코리아빌리지 히브렛초등학교를 방문해 유치원생들과 ‘웰컴 송‘ 합창을 부르며 고사리손엔 한송이의 생화로 방문단을 맞이하는 검은 눈동자의 해맑은 눈망울은 장차 이나라 장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서 인근 엔토토암바학교 ICT센터를 들러 충북도민들이  지원해준 컴퓨터 등 교육기자재를 활용해 영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기증 건물을 들러보는 중 벽면에선 우리를 반기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단양의 신시가지 전경 사진이었다. 이역만리에 이런 사진이 걸려 있다니 놀랄 일이다. 우리 일행은 한동안 웃음의 꽃을 피웠다. 이윽고 시로메다로 이동했다. 거기는 직업훈련학교 현판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학생, 관계자, 주민 등 1000여명이 우리 방문단을 극진히 환대하며 연실 코리아를 외쳤다. 이 학교는 지난해 전문대학으로 승격해 이나라 경제의 역군을 배출하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했다.
방문단은 마지막 날 참전용사 20명의 환대 속에 한국참전 기념탑을 참배했다. 헌화와 침묵이 흐르는 묵념에 노병들이 표정도 숙연하기만 했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자 이윽고 그들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그들의 눈물은 고마움에 대한 감동과 환희의 눈물이 아니던가?.  말라세 타셈마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장은 현재 생존자는 40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성원해준 충북도민에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동안 찡하는 마음을 추수렸다. 그리고 그들이 아끼던 뺏지를 우리 가슴에 달아 주었다.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은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 공동으로 ‘사랑의 점심나누기 시군순회 모금’ 행사를 통해 충북도민의 정성이 이곳 참전용사들과 후손들에 자활기반을 만들어 준 것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을 위해 충북도민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충북인의 한사람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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