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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사람의 희생도 헛되지 않도록, 소급입법의 역사를 쓰다
기고-한 사람의 희생도 헛되지 않도록, 소급입법의 역사를 쓰다
  • 안석영
  • 승인 2018.03.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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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영<충북도 총무과장>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세상에도 자연의 위력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지난해 여름 청주를 비롯한 우리지역

안석영<충북도 총무과장>

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사망 7명을 포함한 이재민 등 인명피해 4,439명, 546억원의 재산 손실을 가져왔고 청주, 괴산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시간당 100밀리의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던 7월 16일, 도로보수원인 고 박종철님은 새벽 6시30분 비상소집에 응하여 15시간 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사투를 벌이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고 박종철님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순직처리가 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무기계약직은 지방공무원법이나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상 재해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 유족 보상을 받을 수는 있으나, 순직인정이 되지 않는 것이 현행의 규정이다.

지역 언론에서는 무기계약직은 죽어서도 차별 당한다는 뉴스가 연일 대서특필되었고 인권위에서도 무기계약직이지만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도에서는 박종철씨가 순직을 인정받아 영예를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찾아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보훈처와 인사혁신처를 방문하여 박씨 같은 무기계약직도 공무를 수행하다 숨졌다면 순직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건의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사람을 위해 소급한 사례는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폭우 속에서 목숨을 건 도로 보수 작업 끝에 숨져도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간 차별을 철폐하고, 고 박종철님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사혁신처와 국가보훈처, 국회 등 관계 기관을 수십 차례 방문하여 순직 인정에 관한 공감대 형성에 사력을 다해 매달렸다.

드디어 2월 20일 법안소위와 22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재해보상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는 결실을 맺었다. 비록 한 생명의 가녀린 죽음도 국가가 예우를 갖추어 책임질 수 있는 법안이 탄생하여 공무 수행 중 사망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무기계약직도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제정법 시행 이전에 숨진 박종철님에게도 이 법이 소급 적용되어 한 사람의 희생도 헛되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쾌거를 올렸다.

법 개정에 따라 박종철님의 유가족은 업무상 사망 인정 절차를 거쳐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고,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그의 순직을 인정하면 국가유공자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가보훈처의 보훈심사위원회를 거쳐 국가유공자가 되면 유가족은 교육, 취업, 의료, 주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사람을 소급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소급입법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박종철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을 모아주신 지사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국회의원, 도의회, 한국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 그리고 도민여러분의 열정적인 의지와 노력에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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