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

▲ 장상현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

최근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관람했다.
일본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의 원작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토대로 만든 영화로, 도시에서 상처받거나 현재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농촌을 통해 정을 나누고, 힐링과 쉼의 시간을 통해 치유 받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촌을 살리고, 돈 버는 농업을 만드는 업무가 직업인 나는 이 영화가 농촌과 농업을 어떻게 보여줄까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졌다.
시험,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마음과 몸이 허기져 고향집으로 내려온 혜원(김태리), 각박하고 경쟁적인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과수원 농사를 도와주고 있는 재하(류준열),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골마을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고 있는 농협직원 은숙(진기주)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 청주에 살고 있는 귀농한 젊은 농업인, 농협 직원, 고향 친구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폭우로 인해 수확 직전인 벼가 쓰러져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장면이나 비바람으로 주렁주렁 달려있던 사과가 떨어진 땅바닥을 보면서 지난해 청주에 수해로 인해 시름을 앓았던 농가와 시민이 생각났다.
하얗게 만발한 재하의 사과 꽃 과수원과 달밤에 돌 위로 올라온 다슬기를 잡는 혜원과 재하를 멋진 그림으로 만들어 준 달빛 강을 보면서 ‘아, 저거 우리 청주 미원에서 촬영했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예쁘게 촬영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폐가도 있고, 누군가 몰래 버려놓은 쓰레기더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방치된 논과 밭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혜원이가 만든 요리 중에 정말 맛있지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든 밤 졸임, 눈 속에 잠들어 있던 배추와 파로 만든 따끈한 배추국과 배추전, 닭장 속에서 막 꺼낸 달걀과 달달한 양배추로 만든 양배추 샌드위치, 단호박이 없어 치자로 색깔을 냈던 삼색 설기떡, 밭에서 수확한 참나물과 풋마늘, 하늘하늘한 봄꽃을 뿌려 만든 봄꽃 파스타, 오이를 면처럼 길게 썰어 넣은 여름 별미인 오이국수 콩나물, 마늘과 마른 고추를 거침없이 썰어 넣어 눈물 콧물 흘리게 만든 고추기름떡볶이는 나의 침샘을 자극했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우리 청주도 지역농산물을 이용해서 소소하지만 특색 있고 맛좋은 요리음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팍팍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잠시 고향으로 내려와 심기일전해서 다시 올라가려고 했던 혜원은 정직한 농사의 결실, 여유로운 시골생활,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결심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이 영화가 끝난 뒤 청주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도 크게 남는다. 인생영화가 될 것 같다.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아름다운 자연풍경,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나를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 정직하게 일한만큼 노동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농사와 고된 삶의 잠시 여유로운 쉼이 있는 우리 청주가 고된 삶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리틀 포레스트’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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