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경찰서장 최기영

(동양일보) 19세기 영국의 역사철학자 로드 액턴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인 미투(MeToo) 운동도 이 명언과 괘를 같이 한다. 정치권, 문화계, 연예계 등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태 역시 결국 이러한 절대 권력에서 비롯되었고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았기에 힘 없는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이 명제는 이미 세계사를 통해 검증된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한이 집중되지 못하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눈 삼권 분립이나 복수정당제가 그러하며, 감사원과 같은 독립된 감시 기관을 두는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다.

해법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권력과 권한은 나누는 것이다. 각각의 독립된 기관들이 서로 견제함으로써 권력과 권한이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해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법은 국가 시스템의 한 축인 형사사법체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는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형사사법체계는 수사, 기소, 재판이라는 세 가지 큰 틀로 구분되는데, 기소와 재판의 사무는 검찰과 법원이 완벽히 독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수사 사무는 아직 경찰과 검찰이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사의 97%를 경찰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현행 수사 구조와 법 체계는 검찰이 수사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 검찰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 본래 업무인 기소권 외에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고, 전체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를 할 수 있으며, 검찰의 청구 없이는 경찰 단독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조차 없다.

과연 이러한 권한 집중이 국민 보호에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거나 지휘한다면 결국은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 검사의 재량으로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좋을 수 있겠으나 국민 안전과 보호를 다루는 형사사법체계에서 인권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는 분리하여 각 독립된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경찰이 수사를 맡고, 법률 전문가인 검찰이 기소를 담당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 그 또한 권한 집중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경찰 수사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와 견제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형사사법구조에서도 수사, 기소, 재판 3권을 분립하여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세계적 표준이다. 이러한 세계적 표준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치안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에만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국민들의 인권은 더욱 보호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상은 한 손에는 칼, 다른 한손에는 저울이 쥐어져 있고, 두 눈은 두건으로 가리고 있다. 칼은 법 집행을, 저울은 공정과 형평을 가리킨다면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는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에 좌우되지 않는 엄정한 중립을 상징한다.

특히 누군가를 처벌하는 형사사법체계에서는 이러한 공정함과 엄정한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 기소를 한 기관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독립된 기관, 즉 수사 단계에서는 경찰이, 기소 단계에서는 검찰이 판단하는 것이 더 공정하고 중립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장치인 견제와 균형. 그 해답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권한을 나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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