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미 취재부 기자

박장미 취재부 기자

최근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의회 출범식에서 젠더폭력 사건 생존자의 축사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적셨다.

‘강자’라고 밝힌 이 생존자는 “그동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해왔다”며 “막상 폭력 현장을 벗어나려 해도 안심하고 있을 곳이 없어 다시 돌아간 적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미투(ME TOO) 운동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며 “이제 다시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을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협의회의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했지만 축사를 한 사람은 폭력 사건의 생존자 ‘강자’씨 뿐이었다.

강자씨처럼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숨겨왔던 피해사실을 고백하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처럼 어렵게 용기를 내 대중에 앞에 선 것은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 주류 업체가 보인 태도는 우리 사회가 그릇된 성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이 주류 업체는 외국인 여성 모델이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술병 등으로 중요부위만 가린 것이 대부분인, 그 수위가 너무도 높은 판촉용 달력을 제작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 관계자는 “자신들만 이러한 달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자신들만 지적을 받는다면 억울할 것 같다”며 “성 상품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며 업주들의 요청이 있어서 달력을 제작했다”고 해명아닌 해명을 했다.

이러한 달력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상품화 한 것이며,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모든 종류의 성폭력과 성차별을 넘어 사회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처럼 은연중 이뤄진 성차별·성폭력을 자각하지 못하고 무지한 상태에 머무른다면 사회 시스템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이어져온 잘못된 성 문화를 성찰하고 사회에 만연한 성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이제라도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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