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 지난달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예선에서 한국은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모두 27바퀴 레이스 중 23바퀴를 남겨놓고 이유빈이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우리나라응원석에서는 “안 돼!” “어떡해!” 안타까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우리 선수들은 한때 중계 화면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뒤처졌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해 따라잡아 결국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1위로 골인했다. 인터넷에는 ‘이 맛에 올림픽 본다.’는 찬사가 철철넘쳤다. ‘괴물들이 아닌가.’라는 일본 네티즌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관중들과 달리 정작 선수들은 담담했다. 최민정은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우리는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게 훈련을 지겹도록 반복한다고 했다. 상대가 반칙을 시도할 때, 추월하다 접촉했을 때, 혼자 실수로 넘어졌을 때, 충돌해 넘어졌을 때 등등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철저히 했다고 한다. 이유빈이 넘어지자 최민정이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달려나간 것도 그래서였다.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뒤엉켜 질주하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1988년 동계올림픽에 처음 쇼트트랙이 도입된 이후 지난 대회까지 한국은 48개 금메달 가운데 21개를 땄다. 스포츠의 매력은 피나는 연습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걸 눈앞에서 실제 상황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또 최악에 대비한 실화로 조선시대 수많은 역경과 갖은 시련을 헤쳐가며 철저한 준비로 임진왜란의 해전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이순신장군의 눈부신 승리를 이끈 역사가 있다.

13척과 133척의 배가 싸운 전혀 가망없는 해전에서 명랑대첩이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싸움에서 승리한 원인은 이순신의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의 헌신이 있었다. 이순신장군은 한 해전 승리후마다 또 다른 왜군의 공격을 받을 것을 대비하여 전공을 챙기는 일에는 전혀 집중하지 않고 아군의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적의 약점은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철저한 준비를 한 것이다. 그 당시 일본의 병사들이 칼로 싸우는 근접전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백병전을 피하고 포중심과 거북선을 내세운 함대전으로 해전을 이끌었고, 좁은 해협을 맞아서 12척의 배가 포화를 쏟아부어 133척을 대파한 대승 거둔것이다.

평소 수많은 연습을 통해 손발을 맞추지 아니하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정교한 작전의 결과였던 것이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이 유명한 어록으로 그의 비장한 정신적 준비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무과시험에 7번이나 떨어지고도 다시 도전했던 것처럼 그 목표를 이룰때 까지 준비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훈련방안을 세우고 그 훈련방안을 매일 꾸준히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배우 이다희의 철저한 준비성이 눈에 띄었다. 빨래망부터 철사, 노끈, 못, 망치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준비해와 병만족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미리 키워간 강철 체력으로 웬만한 남자들보다 낫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집을 짓기 위해 통나무들을 옮기고쌓는 작업에서 이다희는 그 누구보다 철저했다. 도끼질도 미리 연습해온대로 홈을 파고 나무를 쌓는 등 열정을 쏟았다. 특히 바다 수영에 필요한 잠영을 따로 배워 왔다고 밝히며, 꼭 사냥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정글의 법칙’을 위해 복습부터 예습까지 해온 이다희의 준비성이 호평을 받았다. 평소 철저한 준비성으로 맡은바 직업에 충실히 할 때 반드시 기회가 와 널리 쓰여지고 유용하게 된다. 기회란 반드시 온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기회가 안온다고, 준바를 안 할게 아니라 앞으로 큰 일을 맡을 것을 생각하고, 맡은 직종의 모든 일을 자기것으로 소화하고 발전시키려고 전념할 때 큰 기회를 맞게 된다. 단기적인 나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조직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자가 존경을 받고 성공할 것이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보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뼈저리게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미리 준비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것이 진리다. 특히 지자체, 정부와 국회는 경제, 안보, 교육, 안전등 모든 분야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이 빚어낸 이 명장면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고 철저한 준비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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