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우연한 기회에 에티오피아를 다녀오게 되었다
월드비젼과 동양일보가 공동 주최 하는 ‘사랑의 점심나누기 운동’의 모니터링을 위한 충북 방문단으로 참여하여 2월 27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월 28일 새벽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봉고차 안에서 내다보이는 도시는 황량하기만 했다
일부 포장된 아스팔트는 깨지고 갈라져 있으며 차도를 제외한 인도는 포장되어 있지 않아 아스팔트 위로 흙이 흠뻑 묻어 있었다.
달리는 차들은 모두 20년 이상 된 중고차량으로 보였고 검은 매연을 한껏 내 뿜고 있었다.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낡아 있었고 이제 막 올라가기 시작한 고층 건물은 뼈대만 엉성한 채로 몇 년간 방치되어 있는 것 같다
거리의 사람들은 긴 옷소매의 두툼한 옷을 입은 채 어디론가 열심히 걸어가는가 하면 여기저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차를 기다리는 듯하다
에티오피아!
한때는 부강한 나라로 한국전쟁 때 6,000여명를 파병하여 대한민국을 도왔던 나라다
그러나 쿠데다로 사회주의 정권이이 들어서면서 경제는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병사들은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산속으로 피해 들어갔다고 한다
이제 신분은 보장되었지만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의 생활은 궁핍하기 이를데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고 경제대국에 합류하고 있으나 그동안 우리를 도운 나라에 대하여 너무나 무관심 했던 것 같다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의 말씀에 의하면 1996년 어느 봄날 한 목사가 찾아와 에티오피아의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참전용사를 도와줄 것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사랑의 점심나누기』 운동이란다. 시군을 순회하며 모은 성금의 일부를 참전용사와 그의 후손들을 위하여 쓰기로 하고 처음에는 상수도사업부터 시작하였는데 설치한 상수도를 모두 훼손하는 등 철붙이만 보면 모두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도와준 효과가 없게 되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여 시작한 사업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어 초등학교 건물 지어주기, ICT센터 건립과 기자재 보급, 직업훈련학교 건립, 참전용사들의 소득사업을 위한 건물 건립 등 다양한사업들을 펼쳐왔고 올해로 23년째를 맞는다고 한다.
우리 방문단 일행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ICT센터 교육현장, 직업학교 현판식 등에 참여하며 가져간 선물들을 그들에게 제공하고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월드비젼과 동양일보가 엄청난 일을 해 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물질적 지원도 있었지만 매년 찾아가 그들과 우리 대한민국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손색이 없었다.
대통령궁에서 만난 몰라투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도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신 “동양일보와?충북도민들의?사랑과?애정에?고마움을?느낀다”고?했다
우리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해 준 다양한 계층의 에티오피아 사람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전기념탑 앞에서 일일이 악수와 거수경례로 반갑게 맞이해 주던 참전용사들..
직업훈련학교 현판식에 참석한 우리 방문단을 위하여 그린카펫(비포장 진입로에 잡초를 베어다 카펫처럼 깔아놓음)을 깔아주고 양옆으로 도열해 환영해 주던 직업학교 훈련생들....
히브렛초 부설 유치원을 찾았을 때 웰컴 송’을 합창하며 고사리 손으로 만든 종이꽃다발을 건네주던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 그들의 예쁜 눈을 잊을 수가 없다
67년전 피를 흘리며 우리를 도왔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무심했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다행이도 2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동양일보와 월드비젼이 국가를 대신하여 민간외교를 충실히 해 왔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사랑의 점심 나누기 운동’이 그저 단순히 이웃과 결식아동을 위한 모금활동이라는 생각으로 별 생각 없이 참여해 왔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으로 동참하고 주위의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의리의 한국인이 되어 줄 것을 호소한다.
눈이 예쁜 에티오피아의 어린이를 위한 우리의 관심이 지속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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