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찬반 논란에 “사회적 합의 미흡” 설명
갈팡질팡 정책 국민 혼란 가중 비판 불가피
동물보호법 개정안 예정대로 22일부터 시행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개파라치’ 제도가 시행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만 키운 꼴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 안전대책 강화방안의 하나로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반려견 소유자 준수 사항 위반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시행 시기를 잠정 연기한다고 21일 밝혔다.

‘개파라치’라 불리는 신고포상금제는 3개월령 이상의 개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거나 인식표 미부착, 외출시 목줄(맹견은 입마개까지) 미착용, 배설물 미수거 등 과태료 지급 대상행위를 한 반려견 소유자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시행령은 개파라치가 받는 포상금 액수를 과태료의 20%로 정했다. 다만 신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 1인당 신고횟수를 연 20회로 제한했다.

개파라치를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통과된데 이어 지난 1월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제도 시행이 확정됐으나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됐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세부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왔으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 시행을 연기한다”며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파라치 제도 운영과 관련해 견주의 사생활 침해와 신고에 따른 갈등, 몰카 범죄 우려 등은 일찍부터 이어졌다. 신고 때 견주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해 실효성 논란도 일었다.

현장 준비도 미흡했다. 동물복지법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 구청장이 예산 범위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정작 지자체에선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못했다. 반려동물 관련 업무 담당자의 인력 부족까지 겹치며 일각에선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도 없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사실상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단 하루 앞두고 돌연 정책 변경이 이뤄지면서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이려다 국민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신고포상제를 제외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및 반려동물 관련 영업 관리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및 시행령·시행규칙은 예정대로 22일부터 시행된다.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상습 위반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이 이뤄진다. ‘동물 학대’ 범위에는 혹서·혹한에 방치하는 행위,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먹이는 행위, 투견 등 다른 동물과 싸우게 하는 행위(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민속 소싸움은 제외) 등도 추가된다.

반려동물 유기자에 대한 과태료는 기존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3배 오르고, 반려동물 미등록 땐 최대 6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 위반자는 5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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