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대규모 관세 부과와 투자 제한조치를 취하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500억달러(54조원)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철강, 돈육 등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 부과방침을 발표하며 응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려했던 미·중 통상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당일 한국 증시는 3~4%대의 대폭락 사태를 보였다. 이번 행정명령은 어느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집행한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이 타협점을 찾아 정면충돌을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명령 제목에 ‘침략’이란 단어까지 동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쟁 의지가 워낙 강경해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출국 가운데 중국과 미국이 1,2위를 차지한다.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반도체, 부품, 공작기계와 같은 중간재 품목이다. 완제품은 다소 이득이 있겠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중 간 무역패권 전쟁에서 미국 또는 중국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철강관세 유예조건으로 중국 불공정 무역에 대한 공동대응을 내세우며 일종의 ‘반중 동맹’을 제안했다. 반면 중국은 ‘반미 통상전선’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치·안보·경제·외교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과 자산을 총동원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력을 피하고, 우리와 이익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연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내수를 키우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이 위급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은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동남아와 중동지역의 중심부를 공략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수출국 다변화 필요성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 다변화 전략은 어느 누구에게도 끌려 다니지 않고 국가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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