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봄! 봄! 봄! 생명이 불타오르는 듯 한말이다. 새싹이 돋고 만물이 소행하며 용틀임하는 봄이다! 그저 생동감 있는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적 느낌이 든다.

지난 주 꽃샘추위가 있었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듯 전국에 눈이 내렸다. 꽃샘추위 혹은 간절기에는 동장군이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며 발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입춘 지난지가 50일 이나 되었다. 더불어 춘분도 5일 되었다. 남쪽에는 산수유 매화가 활짝 피고, 머지않아 우리 중부권에도 봄꽃인 산수유 매화와 더불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발할 것이다. 봄이란 기상학적으로 양력 3∼5월 천문학적으로 춘분에서 하지까지를 말하고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까지 이며 음력으로는 1∼3월이다. 봄은 봄의 화신(花信)이라는 개나리·진달래가 남쪽에서 시작하며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온다. 진달래의 개화가 가장 빠른 곳은 울산 3월 25일경, 같은 시기 남해안 지방은 개나리가 개화한다. 제주도의 유채꽃 구례의 산수유 진해의 벚꽃 등이 한반도 전체를 천연색 무지개로 수놓는다. 우리의 마음도 들판 개울녘의 새싹과 물소리에 봄이 성큼 다가옴을 가슴으로 느끼며 뭉클해진다. 봄이 오는 소리는 봄꽃 구경놀이도 한 몫을 한다. 어는 특정 지역이 아닌 한반도 전체가 각종 꽃물로 전 국토를 물들이고 봄의 소리는 아주 가까운 수안보 인근 그리실 마을에도 이미 와서 우리 귓전에 속삭이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시인 김 소엽은 “이른 봄의 서정”에서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물은 흐르나니~”라며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고 이 해인 수녀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라며 숨어 있는 마음속 봄을 표현했다. 봄은 사계절 중 첫 번째로 일 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학업을 시작하고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며 새롭게 운동도 시작한다.

이제는 또 다른 봄이다! 봄은 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고 엄동설한의 겨울을 참고 견디어 낸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고 겨울이 지나가면 봄은 저절로 오지만 매우 반갑다! 지난 주말은 봄의 기운을 그리실 집 뒷마당에서 수육에 와인으로 가든파티를 하였고 안사람은 마을 앞 들판에서 냉이와 씀바귀를 캐며 지냈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자기만을 위한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을 한 번 써 보며 봄의 소리를 에세이 형태로 쓰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바로 그런 들이 우리에게 스스로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시발점(始發點)이 될 수 있다. 엊그제만 해도 마을 주변 앞산과 개울가에는 흰 눈과 군데군데 얼음이 있었는데 금세 개울물이 되어 봄의 소리를 내고 있다. 산골짜기 얼어붙어 있던 얼음이 먼 바다의 부름에 깨어 맑고 고운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지금 생명을 소생시킬 봄을 설레 이며 기다린다. 전원주택 정원에는 서너 개의 작대기가 정원수를 떠받들어 주는데 이젠 그것을 하나하나 풀며 봄의 풍경을 아름답게 비춘다. 그리고 인간의 성년처럼 정원수들도 홀로서기를 하며 거대한 수목으로 정원을 멋지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마을 주변의 자연이 교과서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을 안다. 나무의 표피를 찢고 나오는 새움, 땅을 뚫고 나오는 여리고 강한 새싹, 마른 나무 가지마다 뾰족뾰족 솟아날 꽃망울 등 모든 것이 찬란한 봄의 환상을 만든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아름답고 설레는 봄이 오는 소리가 좋은 소식만을 가득 전해주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봄에는 늙지 않고 익어만 가고 싶다! 간혹 어느 건물 혹은 화장실의 벽면에서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을 본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30cm도 되지 않지만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은 성년이 되고도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에 와 닿으며 마음과 통함을 느낀다.

영국의 정치가이며 소설가인 디즈레일리의 “과거는 생각하기 위해 현재는 일하기 위해 미래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으며 과거는 추억하고 현재는 근로하고 미래는 설레어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우리 그리실 마을 산등성 능선과 멀리 보이는 들판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봄이 오는 소리를 가슴으로 느끼며 설렘으로 미래를 기대하고 열심히 살아 보련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