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동

결혼한 지 올해로 24년이 되고 보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엊그제 신혼여행 다녀온 것 같은데 벌써 24년이 흘렀다니! 
필자는 결혼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된 42세에 첫째 아이를 얻었다. 10년 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아내는 임신 기간 내내 배를 감싸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다. 그런 임신 기간이 지나고 우리는 건강하고 예쁜 딸을 자연분만으로 얻었고, 아이를 낳자마자 장모님을 바로 우리 집으로 모셨다.

나이는 먹었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장모님의 도움이 절실했다. 부모님과 장인어른께서는 돌아가시고 장모님만 계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장모님의 도움으로 둘째, 셋째까지 낳고 잘 기르던 2008년 8월 한여름 밤, 거실에서 주무시던 장모님께서 작은 소리로 우리를 부르시는 것 같아 잠결에 거실로 나가보니 장모님께서는 이상하게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라 “왜 그러세요, 어머니!”하고 어머니를 일으켜 세웠지만 움직일 수가 없으셨다. 곧바로 119를 불러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고 의사에게 병명을 물으니 뇌경색으로 뇌혈관이 막혀 왼쪽이 마비가 왔다는 것이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거의 1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치료를 받으셨지만 마비된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가족들과 상의 끝에 결국 요양원으로 모시게 됐고, 현재까지 요양원에서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보내고 계신다. 

당신 혼자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도 없고, 물 한 모금도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드시는 상태로 벌써 10년째 병상에 누워 계신다.
정말로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하신 우리 장모님, 아니 어머니! 이 세상 누구에게나 부모가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 이야기만 나와도 괜히 눈물이 나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럴 것이다. 

우리 가족은 주말에는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뵈러 간다. 벌써 10년 가까이 어머니를 뵈러 다녔지만 이젠 하루하루가 다르게 점점 말라가고 말씀하시는 것조차 힘이 들어서 우리가 말을 건네면 고개만 끄덕이신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마다 일부러 자꾸 말을 건넨다.
“어머니, 어머니!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저 누구예요? 이름은요? 그리고 이 사람은 누구예요? 누구 엄마예요?” 
아이들을 가리키며 “얘가 누구예요?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묻는다.

좋으셨던 풍채는 어디로 갔는지 앙상한 뼈만 남으셔서 말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신 우리 어머니! 어머니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예전에 누가 그랬던 말이 생각난다. 자식이 좀 살만해 효도하려면 부모님은 자식을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말. 정말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건강하실 때, 마음껏 드실 수 있을 때 드시고 싶은 맛있는 음식 한 번 못 사드린 것, 고운 옷 한 벌 못 사드린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어머니, 이젠 봄이 왔어요! 얼른 병 나으셔서 이 산, 저 산에 진달래꽃 피면 우리와 같이 좋은 데 놀러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신나게 놀다 와요! 어머니, 어머니! 제 말 들리시죠? 알아들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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