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파스칼

스피노자.
파스칼.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한 구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는 명언으로 친근한 철학자 스피노자. 네덜란드에서 1972년 발행된 1000굴덴에는 그의 얼굴이 삽입돼 있다.

명언은 유명하지만 사실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유명 철학자려니 생각하기 쉬운데 2013년 ‘감정수업-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라는 책이 출판된 후 사람들은 그의 철학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감정 윤리학이라 불리는 ‘에티카’를 근간으로 인간의 48가지 감정, 세계문학 48권의 걸작,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 했던 미술가들의 그림 45개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올바르게 이해할수록 쉽게 설명한다.

스피노자는 신앙적으로 ‘범신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받아드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그는 철저히 배척당하고 외면당했다. 그 결과 평생 좁은 방 안에서 안경알을 다듬는 힘든 세공일을 하며 40대 후반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프랑스에는 파스칼이 있다. 파스칼은 1980년대에 발행된 500프랑 화폐에서 만날 수 있다.

수학, 물리학, 철학, 신학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의 수상록 팡세는 세계인의 교양서적이 되었고 전쟁에 나가는 프랑스 군인들의 배낭에는 팡세 한권은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파스칼과 스피노자의 신앙 노선은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범신론을 주장해서 유일신 신앙사회에서 배척당했던 것과는 달리 파스칼은 철저히 체험에 기인한 신앙을 팡세를 통해 기독교의 진리로 전파하고자 했다.

파스칼은 인간이란 ‘생각하는 갈대’라고 정의하고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무섭게 만든다’고 말하면서 결국 인간은 하나님을 찾아가는 존재라고 고백했다.

파스칼은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의 나이 16세에 원추곡선 연구에 관한 책을 썼고 19세에는 톱니바퀴를 이용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계산기를 만들기도 했다.

‘천재’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파스칼이다.<매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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