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숙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많은 시청자를 심쿵하게 만든 드라마 ‘도깨비’ 속 주인공의 이 대사는 필자에게 각인된 2015 개정 과정의 모습이다.

2013년 8월 26일, 필자는 개정을 위한 선발대로 서울 광화문 교육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너무나 깜짝 놀란 것은 푹푹 찌는 비좁은 사무실도 그러했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관장하는 최고부서의 교육전문직 인원이 과장님을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모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초·중·고 교육과정 전반을 담당했다니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여겨졌다.

2014년 새해가 밝았고, 본격적인 세종 시대가 시작되면서 2015 개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를 위해 시·도교육청 장학사님들과 현장 교원들이 합류했고, 교육과정정책과도 교육전문직 6명에서 19명으로 늘리게 되었다. 필자는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CIC)와 각종 언론 홍보 업무를 맡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주력하였고, 부산대 박창언 교수님과 ‘국가 교육과정 질 관리 체제 구축 방안 연구’를 진행하며 교육과정 개정의 완성도를 높였다. 교육과정 개정에는 워낙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명감과 보람에 ‘날이 좋기’도 하였고, 이해집단 간의 첨예한 갈등 틈바구니 속에서 ‘날이 좋지 않기’도 하였고, 교육과정 포럼과 공청회 등을 거치며 ‘날이 적당하기’도 하였다. 중요한 것은 개정 과정 중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모든 날이 좋았다”는 도깨비의 고백처럼 ‘성장’을 향해 나아갔다는 점이다. 

2018년, 중·고등학교 1학년에 첫 적용을 시작한 지금! 필자는 현장지원에 대한 애정과 각오가 남다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첫째, 일부 변경 사항에 대한 부분적 노력이 아닌 ‘혁신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새 교육과정을 실천해야 할 ‘교사’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만약 교사가 변화된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수업에 대한 자기 성찰 없이 습관화된 강의식 수업을 고집한다면, 아무리 교육과정을 이상적으로 개정하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그것은 ‘화중지병(畵中之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고교에서는 EBS 수능문제 풀이로 교과서를 대신하고, 비 수능과목들은 자율학습 시간으로 둔갑하는 등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따라서 대학입시가 새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개선되지 않는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안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공통 과목뿐만 아니라 일반선택 과목이나 진로선택 과목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학진학을 위한 모든 시험은 그것이 고교별 내신이든, 수능이든, 대학별 고사든 간에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평가전문가’로서 교사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지필평가에서 선다형 문항을 축소하고, 생각하는 힘을 평가할 수 있는 서술형 문항을 확대하고, 과정중심의 성장 참조형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사가 공감한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어쩌면 교사의 주관이 더 개입될 여지가 있는 과정 중심의 평가 결과에 대해 어떻게 신뢰를 부여하고, 어떻게 교사를 보호해 줄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 과정 중심의 평가가 자칫 교사 개인의 임의평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과나 학생의 특성 등을 고려한 학교단위의 평가규정을 명확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미래사회는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우는 ‘넘버원’ 중심의 사회가 아닌, 100명의 1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온리원’ 중심의 사회이다. 이제 새롭게 발돋움을 시작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다방면에서 각양각색의 ‘온리원’이 탄생되기를 소망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