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기획팀장 반순환

(동양일보)지난 9일 오후 2시 지북동에 있는 청주시문화체육회관. ‘아모르 파티, 즐거운 라인댄스 발표회’

그 행사에는 한 잔 술도 없었으며, 상금이나 상품도 없었고 경품도 없었다. 따라서 발표를 강요하는 그 무엇도 없었고 순위를 다투는 경쟁도 없었으며 보아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내방하는 그 어떤 외부인사도 없었다. 그러나 그 발표회는 위아래가 없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 인생은 지금이야 /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아래위 무대가 따로 있지 않았으며 객석의 어르신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 춤을 췄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마주 본 사람의 손을 잡은 채로 또는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어깨춤을 추는 사람,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까지.

행사를 주관하고 진행했던 관계자들도 모두 무대 안팎에서 춤을 췄다. 이 춤판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이 모습을 찍느라 야단들이었다.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지난겨울, 청주시 25개 보건진료소에서 동네별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및 만성질환 예방의 일환으로 라인댄스, 건강체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외부 활동이 부쩍 줄어드는 겨울철에 어르신들의 신체 활동율을 높이고 퇴행성 관절염과 우울증 등을 예방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에 마치게 돼 있었다.

하지만 겨우내 열심히 동작을 익히고 배우신 어르신들의 뜨거운 열의가 그냥 잊히는 것이 아쉬워 라인댄스 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소 직원들은 날짜를 정한 뒤, 교통이 편리해 오기 쉽고 출입하기 좋은 1층으로 장소를 잡았다. 그리고 발표회에 찬조 출연해 주실 분들(성악과 반주자, 체조 시연, 난타 공연)을 섭외했으며 낡은 무대를 청소하고 풍선으로 장식을 하는가 하면 무거운 피아노를 옮겨가고 옮겨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 당일 아침에는 과일을 사다 직접 씻고 떡을 해 예쁜 도시락을 정성껏 만들었다. 자그마치 250개나.

평생을 농사 밖에 모르시던 분들이 난생처음 무대에 오른다는 설렘에 더 열심히 연습을 하셨고 무대복을 단체로 빌리는가 하면 꽃 장식을 만들어 달았고 발표회 아침에는 보건진료소 소장들과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대화장을 했다.

일찌감치 점심을 드신 후 발표회장에 도착하신 어르신들은 무대에서 연습하고 무대 밖에서도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개회식. 본인들이 연습하는 모습과 실수하는 장면들이 스크린 전면에 동영상으로 소개되자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다. 주민대표 5개 팀(꽃띠 언니들, 꽃보다 그녀, 언니 멋져!, 흥덕 비타민, 가문의 영광)이 신명 나는 음악에 맞춰 열정 가득한 무대를 선보였고 200여 명의 어르신은 단박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난타동호회 아이리스팀의 난타 공연은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을 열광하게 했고 절정의 순간으로 치닫게 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 삶을 사랑하라).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아니더라도 삶이 무엇인지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이 어르신들은 봄이 오는 3월의 길목에서 온전한 마음으로 춤추고 함께 즐겼다. 앞으로 다가올 비바람과 뙤약볕도 너끈히 이겨나가시겠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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