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조교가 와서 전하길 과사무실로 학부형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언제 나오며 대학에서는 졸업생들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냐고 물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격증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발급하는데 현재 우편으로 발송중이며 취업과 관련해서는 구인광고를 밴드에 공지도 하고 개별적으로 전화연락도 하는데 당사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대답했다고 하였다. 조교에게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게 사실대로 잘 얘기했다고 말은 했지만 공연히 마음은 무거웠다. 문득 지인의 넋두리가 떠올랐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으면서도 집에서 빈둥빈둥 놀아 속을 썩고 있었는데 지도교수라고 하면서 취업여부를 묻는 전화가 와서 4년 동안 등록금을 대면서 학생을 보냈으면 졸업할 때 취업은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던 지인이.
사실 지인의 바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공에 따른 역량을 키워서 대우가 좋은 해당분야로 취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박한 기대가 깨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에게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현황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먼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대개 직장을 잡는다. 이 경우 학점이 좋냐 그렇지 않냐 와는 상관이 없다. 다만 전공에 적합한지 유무와 월급이 많은가 적은가 와는 관련이 있다. 취업에는 졸업생 본인의 능동성·자발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재학 중 관련 자격증을 따고 전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었는가도 중요하다. 이른바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가에 따라 취업여부가 갈린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주문을 건다. 운전면허증부터 시작해서 엑셀 한글 파워포인트에 관한 자격증을 갖추는 것이 최소한이라고. 하지만 젊은 피가 들끓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잔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교수의 조언이나 충고를 만만하게 생각할까. 학생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못해서 인가 아니면 학생에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줘서인가.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대학 및 전공 선택 사유와 관련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입학했는가 아니면 성적에 맞춰서 선택했는지 심지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서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착각을 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전공이라는 난관을 놓고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한다. 이때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선배나 동기 그리고 교수를 만나면 진로와 관련하여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생활은 엉망진창이 된다. 아무런 목표도 없고 생활에 활력도 없이 하루하루를 죽이는 것이다.
주변에서 대학을 단순히 보다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간다면 말려야 한다. 적어도 학생의 적성이나 목표와 관련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을 선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졸업하고 취업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대학진학에 대한 동기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앞으로 일정기간 고교졸업자가 대학입학정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대학진학의 문은 여유가 있다. 따라서 학생중심으로 진학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모들이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돈을 남겨주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길 바라지만 부모 뜻대로 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오직 자식의 선택과 결정으로 씨줄과 날줄이 엮여질 뿐이다.
본인의 직장선택과 관련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가 여부이다. 아니면 본인이 자주적으로 전공에 흥미를 갖고 적응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보람 있는 인생은 땀을 흘려야 한다. 유구한 인생길에서 땀을 흘려본 사람만이 바람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함께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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