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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 이름
동양칼럼 - 이름
  • 최성택
  • 승인 2018.03.2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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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우리나라만큼 자식 사랑이 대단한 나라는 드물 것이다. 자식 사랑의 대표적인 예가 교육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사교육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그 전단계로 자녀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게 되는데 작명 단계에서부터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뜨겁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돌림자(항렬)외의 한 글자를 찾는 데 옥편을 뒤지는가 하면 작명소를 찾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지었던지 그 유형은 대개 몇 가지 범주에 속한다.

먼저 뛰어난 큰 인물이 되어 그 이름과 가문이 빛나라는 염원이 담긴 글자(秀, 奎, 貴, 龍, 雄, 英, 俊, 傑, 燦, 熙, 大, 泰, 一, 斗, 元, 長) 나 권세와 관계 되는 글자(治, 權, 卓, 卿, 官), 재물과 관계 되는 글자(富, 珏, 多, 滿), 또는 편안하기를 바라는 글자(寧, 榮, 福, 吉, 喆) 가 주 를 이룬다.

다음으로는 인간의 기본적인 덕을 강조한 글자(仁, 義, 禮, 智, 眞, 善, 美, 謙, 寬, 均, 德, 貞, 基, 道, 倫, 明, 孝, 允, 直, 兌, 黙, 賢 )와 자연과 관계 되는 글자(栗, 松, 蘭, 溪, 山, 海, 江, 雲)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편 이색적인 이름자로 愚(어리석을 우)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현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대로 쓴 것 같다. 요즈음은 슬기, 빛나, 초롱이, 방울, 나래, 으뜸, 힘찬, 고운 등 한글 이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무슨 이름이든지 이름값 을 하고 사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고려 말 시인이며 성리학자인 문신 익재 이제현 (李齊賢)은 「논어」‘이인(里 仁)’ 에 “견현사제 (見賢思齊 ― 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을 생각하라)” 는 말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15세에 성균시에 장원하고 또 병과에도 급제한 신동으로 여섯 왕을 섬기면서 네 차례나 재상에 올랐던 사람으로 목은 이색이 쓴 그의 묘지명(墓誌銘―죽은 이의 덕과 공로를 글로 새기어 후세에 영원히 전한다는 뜻을 지닌 글, 정방형의 두 돌에 나누어 새긴 뒤 포개어 무덤 속에 넣음)에 “도덕의 으뜸이요, 문장의 조종” 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323년 (고려 충숙왕10년) 유청신 등이 원나라에 글을 올려 고려도 원나라 제성(諸省)과 같이 하나의 성(省)으로 하려고 청하여 이제현은 도당에 글을 올려 고려 400년의 토대가 무너진다고 하여 이 문제를 철회케 한 충신이다.

이름과 관련하여 호가 독특한 경우는 김 구 선생의 호 백범(白凡) 이다. 백정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로 백범이라 지었고 광복 후 혼란한 정국에서 그는 자신의 호와 같이 좌 우 를 가리지 않고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원했기에 오늘날에도 보수· 진보 진영 모두에게 추앙을 받는다. 백범 또한 호에 걸 맞는 삶을 살았다.

‘화양서원’ 과 ‘만동묘’ 라 이름 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조선 중엽의 막강한 실력자 송시열은 친명(親明)중화주의자로 일상생활에서 명나라 옷을 입고 명나라 예법을 따를 정도였다. 속리산 계곡은 모화(慕華)사상의 요람으로 1689년 송시열이 죽자 제자들이 그를 기리는 서원을 세워 ‘화양서원’ 이라 했는데 화양은 중국문화가 햇빛처럼 빛난다는 뜻이다. 또 제자들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 신종을 위한 사당을 짓고 만동묘(萬東廟) 라 이름했다. 만동이란 말은 순자(荀子) 가 쓰기 시작한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준말로 중국에선 충신의 절개를 가리키지만 조선의 중화주의자들에겐 중국 황제를 향한 충절을 뜻하게 됐다. 이런 일로 송시열의 후세 평은 극 과 극으로 갈린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강릉 간 KTX 노선이 개통 되었는데 노선 이름을 경강선이라 하자 강릉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도민의 반발이 심했다. 호남선과 같이 강릉선이라 명명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방 분권을 강조하는 시대에 노선 이름 하나도 서울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
사업명칭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길 가다 보니 ‘뉴 새마을’ 이라는 프랭카드 를 보았다. 마치 “그 날은 시간 타임이 없어서 곤란하다” 는 말을 듣는 기분이다.

이름은 알맞게 지어야 하고 또 지은 뒤에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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