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도로위의 개를 포획하기 위해 출동했던 여성소방관 3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어이없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에서 25t 트럭이 갓길에 세워둔 7.5t 소방펌프 차량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임무를 수행하던 여성소방관 김신형(29) 소방교와 현장실습 나온 여성교육생 김은영(30)씨, 문새미(23)씨 등 3명이 트럭 충돌로 80여m나 튕겨져 나온 소방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들은 “3차선 도로에 개가 돌아다니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있으니 조치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후 이같이 끔찍한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차를 들이받은 트럭 운전사 허모(62)씨는 경찰 조사에서 “라디오를 조작하다가 소방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김 소방교는 지난해 말 동료 소방관과 결혼한 신혼 4개 월차 새댁이었고, 문씨와 김씨는 지난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난 19일부터 둔포 119안전센터에서 현장실습한 후 오는 16일 소방관으로 정식 임용될 예정이어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람이 중요하지 개가 중요했느냐. 개 한 마리 구하려다 꽃다운 우리 딸이 이리됐단 말이냐.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갓길도 없는 3차선 국도에 소방차를 세우고 개를 붙잡으려 한 현장대응 매뉴얼이 적절했는지, 개를 포획하는 일에 왜 교육생과 여성소방관을 보냈는지” 등을 따져 묻고 소방 지휘부에 정확한 사고경위를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부분은 ‘개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 한가’라는 문제 제기보다는 ‘교통사고 위험요인으로 도로위에 나타난 개를 포획하는데 굳이 소방관이 출동해야 했느냐’로 해석된다. 벌집제거나 유해동물 포획 등 소방관의 생활안전 활동에 도로위의 개를 붙잡는 행위를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소방당국에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

소방청이 지난달 28일 마련한 '출동 거절 기준안'에는 '도로 위 동물'에 대해 소방관이 출동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안은 출동 상황을 긴급, 잠재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구분하고, 긴급과 잠재 긴급은 소방서나 유관기관에서 출동하도록 했다. 도로 위의 동물이나 낙하물은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잠재 긴급 상황으로 본 것이다. 이날 경찰 순찰차량이나 기타 유관기관이 함께 출동했더라면 어땠을까 되새겨 볼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교육생을 포함해 숨진 세 사람 모두 관련 법령에 따라 사고 당시 직무행위를 하다 숨진 것으로 보고 적절한 보상과 함께 순직 공무원에게 주는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소방관이 되기 위해 젊음을 하얗게 불태우고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희생된 소방관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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