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모 청주기상지청장

정광모 청주기상지청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어느새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지나더니, 하늘이 차츰 맑아지고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淸明)이 다가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라 여기저기서 논·밭두렁을 태우며 만반의 준비에 바쁠 시기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나무에 포함된 수분량이 적어 건조하고, 숲 바닥에 마른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작은 불씨로도 큰 불로 번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일년 중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봄철이며 그중에서도 4월에 산불 피해가 가장 많다.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륙에서 오는 건조한 공기의 영향을 받고, 이 건조한 공기가 높아진 태양에 의해 가열되기 때문에 습도는 더욱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충북의 4월 평균 상대습도는 58.2%로 연중 가장 낮다.

충북지역의 3월 강수량을 살펴보면 평년대비 181.8%로 가뭄의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3일 간격으로 비 또는 눈이 내려 건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효습도‘라는 요소를 본다면 섣불리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화재의 연료가 되는 나무 등의 물질은 발화점 이상의 온도나 기타 여러 요인에 의해 불이 붙을 수 있다. 물질에 포함된 수분의 양이 적을수록 불에 더 잘 타게 되는데, 이를 나타낸 것이 ‘실효습도’이다.

실효습도는 화재예방의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에 경과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지수로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낸다. 대체로 실효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화재 발생확률이 높아지고, 40% 이하에서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으며, 30% 이하일 경우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 3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 2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

충북지역의 산불발생현황을 보면 최근 10년간(2008~2017) 평균 9.9건의 산불이 발생해 3.5ha의 산림을 태웠고, 올해는 현재까지(3월 29일) 12건이 발생하여 0.34ha의 산림이 불에 탔다.

대부분의 산불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날이 따뜻해져 야외활동이나 등산 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식목일(4월 5일)과 한식(4월 6일) 등은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간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작은 불씨도 쉽게 옮겨 붙을 수 있어 소중한 산림을 지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산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는 지금, 산불로 소중한 자원을 잃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식목일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불은 어느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다. 작은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봄나들이의 열정은 불타오르되 산은 불타오르지 않게 우리의 소중한 산림을 지켜 봄기운이 완연한 산의 절경을 충분히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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