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등 최근 화두와 맞아떨어져"
박서원 시인 시집 복간한 전집도 이달 출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출판계에 페미니즘 붐이 일고 있다. 절판됐던 책이 다시 출간되기도 했다.

출판사 마음산책은 최근 2001년 출간됐다 절판된 페미니즘 시선집이자 해설서 '남자들은 모른다'를 17년 만에 재출간했다.

이 책은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김승희(66)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여성, 여성성, 여성문학'을 키워드로 뽑은 44편의 시를 수록하고 각 시에 대한 해설을 담은 책이다. 최승자, 최영미, 황인숙, 김혜순, 신현림, 이연주, 박서원 등 국내 여성 시인들과 에밀리 디킨슨, 애드리안 리치, 실비아 플라스 등 미국 여성 시인들의 작품도 함께 담겼다.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마른 빵에 핀 곰팡이/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최승자의 시 '일찌기 나는'에 관해 저자는 '한국 여성 시사에서 '여성 자서전'적 인식의 창세기가 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2001년 처음 책을 내며 쓴 머릿말에서 '여성 문학은 가부장제 사회가 내미는 거울을 수납하지 않는 문학', '거울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질서(상징계)가 여성들에게 부여한 젠더(Gender)를 해부하고 뒤집고 그것을 전유하여 전복시키기를 꿈꾸는 푸른 힘의 문학'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選)을 마치고서 어쩔 수 없이 한숨지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여성시에는 왜 이렇게 광기와 타나토스가 많은 것일까?'하고. 이 선집에 소개되어 있는 다섯 명의 여성 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투' 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한 최영미 시인을 비롯해 남성 중심 문단에서 잊혀져간 여성 시인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쓸쓸히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승자 시인, 고백적 시편으로 사회의 억압과 모순에 날 선 목소리를 냈으나 별세 소식이 5년이 지나서야 알려진 박서원(1960∼2012) 시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연주(1953∼1992) 시인 등의 작품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출판사 최측의농간은 절판된 박서원의 첫 시집 '아무도 없어요'를 지난해 복간한 데 이어 절판된 나머지 네 권의 시집까지 망라하는 박서원 시전집을 이달 말께 출간할 예정이다. 이 출판사가 2016년 10월 이연주 시인의 유작을 모아 출간한 '이연주 시전집'도 주문이 꾸준히 이어져 3쇄 출고를 앞두고 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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