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영이 기자) 요즘 교육부 평가를 받고 있는 청주대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6월 발표될 평가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또 낙인 찍히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강 이남 최고의 명문사학을 자부해 온 청주대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청주대 뿐이랴. 청주대 70년 역사와 함께 ‘우리 대학’이라고 가슴 속 깊이 성원해 온 청주시민들의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다.

청주대가 해야 할 일은 우선 교육부 평가를 잘 받아 대학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그 평가를 위해선 너와 내가 없다. 구성원 모두가 갈등을 접고 뼈를 깎는 구조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교수들이나 직원들이 “이 대학, 이 직장 어디 가겠어?” 하고 태평하게 판단했다간 피해는 학생의 몫이다. 내 돈 내고 공부하고, 졸업후 학문연구에 더 매진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 보겠다는 학생들의 꿈이 어른들의 이기적 행동으로 상처를 입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캠퍼스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학문에만 정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불행한 것은 지금 4학년이다. 이들은 분규에 휘말린 대학에 입학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갈등과 반목이 젖을대로 젖은 캠퍼스에서 내내 생활해 온 불운아들이다.

오죽하면 총학생회장과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교육부 평가를 앞두고 파업을 결의하고 캠퍼스 곳곳에 현수막을 내 건 노조의 행태를 참다못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시계 추를 되돌리면, 청주대 사태는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평가받으면서 비롯됐다. 청주대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찍히리라고는 학내 구성원은 물론 동문, 청주시민 등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치욕적이고, 모두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

급기야 교수회, 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가 뭉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재단 퇴진 등을 요구하며 학원 정상화를 꾀했다. 이들이 학교를 살리고자 대동단결한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청주대는 절박했고 이미지 쇄신이 절실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 비대위 태동때부터 였는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비대위 출범 동기가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야욕을 위해 리모트 콘트롤하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순수성이 크게 훼손됐다.

그러는 사이 교육부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비대위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총학생회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교수회도 교수평의회로 확대 개편해 학교운영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노조만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고 오는 9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도 넘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이른바 ‘청주대 대화합 선언’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런 와중에 비대위의 한 축이었던 총동문회장 선출을 둘러싼 꼼수를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달 29일 열린 청주대 총동문회 정기총회에서 상임이사회의 차기 회장 단수 추천을 받은 당시 남기창(77) 회장이 과반수를 얻지 못해 불신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회장 측근인사로 구성된 상임이사회에서 일방적 추천을 받은 남 회장이 대다수 동문들로부터 비토를 당한 것이다. 갈등과 반목을 중재해 모교를 누란 위기에서 구해야 할 총동문회에 실망한 동문들이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차기 회장이 불신임 당했는데도 상임이사회가 또 다시 회장선거 추진 주체로 나서려 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단수 추천한 차기회장이 불신임 당한 것은 곧 자신에 대한 불신임이다. 회장이 퇴진했으니 상임이사회도 책임을 지고 해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기총회 자리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 깨끗하게 마무리를 하지 못한 탓도 있다.

아무튼 남기창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청주대 총동문회 집행부는 동문들로부터 ‘탄핵’ 당했다. 자업자득이다. 총동문회 역할이 이젠 달라져야 한다. 모교를 진정 사랑한다면 구태 이미지를 벗어내고 모교 정상화의 한 축으로 거듭나야 한다.

몇 년 사이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야유회나 동문의 밤에 참석자가 적어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고 한다. 배출한 동문이 10만 명이나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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