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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주한미군 문제시 않을 것”
"김정은, 주한미군 문제시 않을 것”
  • 동양일보
  • 승인 2018.04.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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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첫 정상회담 앞두고 전문가들 4가지 시나리오 제시 ”얼버무리거나 내놓고 `수용’ 신호 보낼 수도”

(동양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에 대한 비관론의 핵심은 김 위원장이 과연 핵무기를 버릴 수 있겠느냐, 트럼프 대통령이 상응하는 보상책을 준비해 가겠느냐는 의심이다.

이외에 북한의 주한 미군 철수 요구,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관계 등도 북·미 정상회담의 탈선을 초래할 수 있는 걸림돌들로 많이 지적되지만, 이들 사안은 따져보면 실제론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주한 미군 철수 요구 = 미국과 북한 간 반관반민 대화를 이끌어온 수전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 재단 선임연구원과 조엘 위트 38노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에 관심이 있을 때는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있어도 된다고 말하는 등 북한의 입장은 때에 따라 변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이나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미군 철수 요구를 고집하느냐 여부가 북한의 협상 의지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미 1992년 김용순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아널드 켄터 미 국무차관 간 면담 이래 미국과 수교 등 한반도 평화체제를 전제로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한·미 양국에 밝혀왔다.

유엔군 자격의 주한미군의 `지위’와 북한을 적대하는 ‘성격’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으나,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땐 당연히 따를 후속 조치이다.

북한은 2001년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조명록 차수를 통해 김용순이 밝힌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주한미군 필요론에 동의했다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설명했다. “`유럽은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나토가 있었지만 그 후에도 유럽의 안정을 위해 나토가 있고 미군이 있다’며 `우리는 더 나쁜 조건이므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놀랍게도 김 위원장이 `한반도에는 미군이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러시아도 있고 중국도 있고 다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고위공직자 특강에서 나온 설명이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 공동성명 협상 과정에서도 주한미군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공동성명에도 이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2002년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국무부를 떠날 때까지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 대북 협상에 참여한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이라는 걸림돌을 건너뛰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칼린은 2일(현지시간) 38노스 기고문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처음에 내밀 메뉴에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들어 있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주요리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개적으론 ‘외세 배격’의 원칙 아래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문제를 얼버무리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갖고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우선, 주한미군의 철수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되 “미군 배치” 문제를 전반적인 의제의 하나로 걸어놓음으로써 언젠가 이 문제를 꺼낼 수 있는 근거만 마련해두는 방법이 있다.

칼린은 “김정은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최소한 단기적 관점에선 유리하지 않다. 만약 4년 후 한국에 보수 정부가 들어선다면 주한미군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입장에선 때때로 위협이 될 만큼 별로 믿을 수 없는 일시적인 우방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방법으로, 1987년 북한이 당시 소련을 통해 미국에 제안했던 것처럼 남·북의 군축과 그에 따른 단계적인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이 제안의 요체는 북한이 주한 미군의 철수를 긴장완화 조치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그 결과물로 본다는 것”이라고 칼린은 지적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전 협상 과정에서 `1년 내 평화협정 체결, 3년 내 주한 미군 철수’ 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 제안은 당시 북한 입장에서 핵심적인 게 아니라 다른 중요한 안건의 협상용이어서 최종 협상 때는 미군 철수 주장이 빠졌다.

칼린이 예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조건 없이 인정할 경우 반미 선전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에게 과도한 충격을 줄 것을 고려해 “어렴풋이 짐작토록 만 하는” 명목상의 철수 시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1992년 주한 미군의 존재를 용인할 때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키 위해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당시 미국 대표단 내부에서 토론이 벌어졌을 때 상상 속의 일본 군국주의 위협은 별 의미가 없고 사실상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한 백지 초청장이라는 핵심을 꿰뚫어 보지 못한 단원들도 있었다”고 칼린은 회고했다.

김 위원장이 “아예 내놓고”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장기 전략 차원에서 미군의 존재를 수용하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칼린은 제시했다.

지난 2000년 10월 북미 공동 발표를 하기 앞서 그해 1월 미국이 북한에 넘긴 발표문 초안엔 “미국은 태평양 지역 전역에 걸쳐 사활적인 안보 이해가 걸린 태평양 국가로서 한국 및 일본과 긴밀한 방어동맹을 유지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이러한 기존 관계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북한이 이대로 서명하면 주한미군을 인정한다는 암묵적 신호인 셈이었는데, 초안을 받아본 북한 측은 그 의미를 알고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미소 지으며 이 대목을 빼자고 했다고 칼린은 회고했다.

“그때는 너무 일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칼린은 지적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위의 4가지 방법 가운데 어떤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놀랄 만한 것(dilly)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북한 인권 문제 =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경우도 북·미 정상회담의 난항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라나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인권 기록을 보면 북한 인권 문제가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올해 1월 30일 국정연설 무대에 탈북자를 등장시킨 데 이어 백악관으로 탈북자들을 초청하고 2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등 대북 정책의 초점을 북한 인권 문제로 옮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언론이나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국제 인권단체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인권의 파수꾼을 자처해온 미국의 오랜 인권 외교가 실종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1월 4일(현지시간)자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된 후 2천900여 차례 날린 트윗 가운데 인권을 거론한 것은 단 4차례, 그것도 모두 이란을 겨냥한 것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중국, 필리핀, 미얀마, 중동 등 방문 때 철권통치자들(strongmen)을 칭찬할지언정 이들이 다스리는 나라의 인권 현실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권은 이란, 북한, 그리고 미국 뒷마당에 있는 눈엣가시 같은 베네수엘라 등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외국 지도자들을 겨냥해서만 꺼내 드는 매우 선별적인 공격용 무기일 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수세로 몰아붙일 협상 전술상 필요성이나 회담을 깨는 명분 확보 목적이 아니라면 북한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와 김정은 개인 관계 =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나 지난해 한반도 군사정세가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 “미치광이” “나쁜 놈” 등으로 조롱하거나 깎아내렸다. 이 말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주 앉기 싫을 정도로 김 위원장을 혐오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동맹국 정상들도 조롱하고 심지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자신 휘하의 장관들도 트위터를 통해 공개 조롱하는 습성이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엔 정반대의 것들도 꽤 있다. 지난 4월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꽤 영리한 자(pretty smart cookie)”라고 평가했다. “삼촌(고모부인 장성택)이든 누구든 많은 사람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잔혹한 통치술을 비판하는 대신 결과를 높이 산 것이다.

“아버지(김정일)가 죽고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 26,27세 밖에 안된 나이였고 특히 장군들을 비롯해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한 상황을 뚫고 집권했으니 비범하다는 뜻이다.

그에 앞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가 죽자 27세의 나이에 정권을 물려받았다. 그 나이에 집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김 위원장을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월 오하이오주 유세 땐 김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같은 스트롱맨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경이롭다’는 호기심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오바마는 할 수도 없었고, 하려 하지도 않았”던, 그리고 “조지 W. 부시도, 빌 클린턴도 하려 하지 않았”던 사상 최초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이 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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