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유영선 기자) 여성단체 회원 몇 명과 저녁식사후 야경이 멋있다는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카운터로 주문을 하러 갔던 회원이 한참 만에 자리에 오더니 주문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다. 얘긴즉슨 머그잔을 주문하자, 그 카페는 테이크아웃용 종이컵만 사용한다고 난색을 표하더라는 것이었다. 화가 난 일행들은 머그잔에 주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협박(?)을 한 끝에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나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산업 성장과 소비패턴의 변화, 편리성 등으로 1회용 종이컵 사용량이 연간 260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종이컵 260억 개를 만들기 위해 잘려나가는 지구촌의 나무는 무려 1000그루. 무서운 일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쓰레기의 양이다. 테이크아웃용 종이컵 외에 종이컵에 딸려 나오는 컵홀더, 빨대, 뚜껑 등 플라스틱 제품까지 합치면 쓰레기가 늘어나는데, 모든 소비재 상품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포장재 비닐, 그리고 페트병을 합치면 그 양은 더 많아진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한때 쓰레기가 재산이던 때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빈병과 헌책을 모아 학교에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었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들을 모아 자원으로 순환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재활용 쓰레기를 줍는 노인들이 있는 것은 자원순환의 대가로 적으나마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 모습도 사라질 것이다. 중국이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세계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세계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절반이 중국에서 처리됐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폐지와 폐플라스틱, 고철 등 각종 폐기물을 적극 매집해, 이들을 재가공해 자재나 연료를 얻었다. 음료수 캔을 의류용 섬유로 만들고 금속으로 재가공한다거나, 폐지를 제품 포장재로 만들어 다시 수출해왔다.

그런데 지난 1월, 중국은 “선진국들은 브랜드·기술을 수출하며 높은 삶의 수준을 누리고, 개발도상국들은 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오염을 감당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수입을 중단했다.

폐자재 수입으로 발생하는 수입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그들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쓰레기만 양산해온 우리들에게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재활용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합리화로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왔는지 모른다. 편리성이라는 이유로 1회용품 사용이 늘고, 형태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과 비닐, 스티로폼 등을 즐겨 쓰다보니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이런 것들은 사용후 아파트 분리수거함이나 재활용 쓰레기통에 던지기만 하면 재활용업체가 걷어가니까 별다른 의식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수출길이 막힌 재활용업체들이 갑자기 폐기물들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하자 이곳저곳에서 난리들이 났다. 페트병과 비닐을 재활용함에 넣지 말라는 곳, 플라스틱포장재에 음식물찌꺼기가 남지 않게 깨끗이 씻은 뒤 버리라는 곳,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는 곳,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불법이니 보관하고 있으라는 곳 등 지자체마다 우왕좌왕이다. 어쩌라는 것인가. 이제 그 폐기물을 보낼 곳이 없으니 우리 땅에서 처리해야한다.

그 사이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중국으로 가던 외국의 쓰레기들이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우리나라 쓰레기의 수출은 3분의1로 줄어든데 비해 수입은 세배로 늘었다. 가장 많은 쓰레기를 한국으로 수출한 나라는 일본이며 미국과 네덜란드 홍콩도 보내왔다. 한국의 재활용 쓰레기 규제문턱이 유독 낮기 때문이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폐기물 수입대국이 될지도 모른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딱 한가지다. 수입에 대한 규제는 정부가 하면 될 일이지만, 전국민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돌아보면 생활 속에서 과한 것들이 너무 많다.

1회용 상품이 너무 많고, 소비재 포장에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의 사용이 너무 많으며, 물건에 비해 과대포장이 지나치다. 결국 이런 것들이 부메랑처럼 우리 곁에 쓰레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쓰레기와 살지 않으려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동네, 나라, 지구촌의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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