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한 부분은 추후 할 수도 지방선거·총선 2단계 개헌 염두 입장차 크다면 권력구조 빼고 합의되는 부분만 해도 될 것” 민주당 운신의 폭 커질 듯

개헌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청와대가 여야 합의 가능한 부분만이라도 먼저 추진토록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투표법 개정 촉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동양일보) 청와대가 개헌 쟁점 중 여야가 합의 가능한 부분만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고,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은 2020년 총선 때 추가로 개헌을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 개헌안의 골간인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인 ‘총리임명 방식’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이번 개헌 때는 빼고 갈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6·13 지방선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다시 개헌 동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우선 여야 합의가 가능한 쟁점만이라도 포함해 지방선거 때 1차 개헌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추후 개헌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헌 논의 때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국회가 더 논의해서 2단계로 다음에 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이번에 합의가 미진했던 부분들은 다음 총선을 겨냥해서 추가개헌을 하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차 개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국회에서 합의를 본 사안만으로 1차 개헌을 하고, 추후 2차 개헌을 하는 ‘단계적 개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차 개헌의 구체적인 시기로 ‘2020년 총선’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대통령 개헌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개헌안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구조를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크다면, 권력구조는 다 빼고 합의되는 것만 해서 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구조와 관련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국무총리 국회 선출제’ 등과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서는 “절충안으로 합의될 수 있다면 하겠지만, 합의가 안 되면 빼고 가도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새 기본권 도입과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한 조항 중에서도 여야 합의가 안 되는 것은 빼고, 합의 가능한 것만 개헌안에 포함하겠다는 것이 청와대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본권이나 지방분권에서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견해차가 큰 부분은 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생명권을 헌법에 반영하는 게 사형제 폐지와 직결된다고 야당에서 반대하면 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기본권과 지방분권은 물론, 대통령 개헌안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 개헌안에서 빼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여야 합의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 개헌을 약속했다”며 “모든 것을 합의할 수 없다면, 합의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헌법을 개정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야당과 합의하기 어려운 쟁점은 피해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국회에서의 개헌 협상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의 개헌 논의가 이번 주부터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문 대통령의 개헌 촉구를 위한 국회연설 시기는 다음 주(15∼21일)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연설과 관련해 “국회가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하니 조금 지켜보는 중”이라며 “23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그 전 주 정도에 국회연설 시기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정도에 어느 정도라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은 그것만이라도 개헌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논의사항을 보면서 시점이나 내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해달라는 말은 여러번 했다”며 “다만, 합의할 수 있는 상황까지만 하는 것 이후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때 2차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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